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 언어가 춤을 춘다 세상을 다 말하라!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3
윤세진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는데

도무지 글쓰기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동안 해온 고민이었다. 글은 쓰고 싶은데(써야하는데!) 도무지 펜을 드는 것은 (과장해서 말하면) 죽기보다 싫으니 이를 어쩔 거냐~~~!!!

이런 나의 오래된 고민에 답을 주고, 용기를 주고, 해답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해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흔한 비유지만, 캄캄한 동굴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따라 출구로 나갈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 흔한 비유가 이 책과 나의 만남에 딱 떨어지는 표현이니 어쩔건가.^^

저자(윤세진)는 나 같은 사람-(그러니까 글을 못쓰겠다고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음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p250)"잘 쓰든 못 쓰든 아예 글 자체를 못 쓰겠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로 미루어보면, 그건 대게 둘 중 하나다. 지나친 자기애거나, 자포자기거나. 즉,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완벽하지 않은 글을 남들 앞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경우거나, "내가 무슨 글을 쓰겠어. 아는 것도 없는데......"라며 서둘러 자신을 포기하는 경우거나. 하지만 '완벽한 글'이라는 게 허상인 이상, 완벽하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다는 것 역시 자신의 무능에 대한 고백일 뿐이다. 글을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두 경우 모두 결국은 자신으로부터 한 발짝도 떠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 치의 차이도 없다.

글은 자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떠날 수 있을 때 시작된다." 

나는 이 책을 최근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아닌 한 5년 간? 읽은 책 중에서도 최고, 그러니까 최고 수준의 책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너무 괜찮아서 주문했다. 나는 책을 읽고 괜찮은, 와닿는 부분을 기록해두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두 페이지에 한 번 꼴로 그런 부분이 나오니 다 적으려면 팔이 아파서~ㅎㅎ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 또, 이 책은 '흐름'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책은 단순히 글쓰기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글쓰기에 대한, 언어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이 책. 그리고 나는,, 뭐든지,,, 그러니까 그게 어느 분야라도(언어학, 물리학, 종교학, 심리학 등등),, 그 분야를 깊이 있게(속이지 않고 성실하게, 진지하게) 파고 들어가면, 삶에 대한 통찰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언어, 글쓰기에서 시작해, 나와,, 삶에 대한 통찰에 이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것. 논술의 시대에, 글쓰기가 많이 요구되는 시대에 나처럼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나, 글쓰기의 '본질'은 결국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것. 그리하여

'글을 쓰려면 불완전한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을 생각을 드러내고! 완벽하게 쓰는 게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매번 달라지는 자신을 긍정한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다, 란 말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어떤 주제에 대한 글쓰기가 어떤 정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남의 말을 그럴 듯하게 인용하거나 베껴서 (사실 대입을 위한 논술에서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를테면 논술주제가 전체주의나 파시즘에 대한 것이었다면 나치를 인용하고, 유명한 학자의 말을 인용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전체주의, 파시즘에 대해 깊에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자신의 삶을 온전히 투영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쓰는 글은 아무 소용이 없다, 는 걸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자신을 드러내는 활동이고, 그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살피고, 또 자신을 떠나는 것. 그리고 이것은 비단, 글쓰기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그러해야 한다는 것.

늘 자신을 살피고, 불완전한 자신을 긍정하면서도 또 새롭게 달라질 수 있는 삶.

저자는 언어와, 글쓰기를 통해 삶에 대한 통찰에 이른다.

언어와 글쓰기라는 입구에서 출발해 이런 통찰을 얻은 지은이가 또 다른 책을 내주길 바란다.(나는 하나의 책이 너무 좋으면 저자의 다른 책을 찾게 되는데, 아쉽게도 저자(가 혼자 쓴) 다른 책은 아직 없다. 아쉽다.) 저자가 또 다른 책을 내주기를...... 그리하여 저자 말대로, 그(의) 언어가 세상과 접속하여,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쓰는 데 대한 부담감으로부터의 자유로워지고, 불완전한 나를 긍정하면서 자유를 얻고, 그리하여 고정된 삶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나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사실, 이런 리뷰를 남기는 것도 이전의 나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리뷰를 잘 써서 채택되면 상금이 있다고 하니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아예 쓸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어 세상과, 그리고 나와 접속하는 것이고, 또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여행을 하고 싶다면, 어딘가에 갇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글을 쓰고, 또 자신을 떠나라.

글쓰기라는 감옥이 해방을 위한 출구가 될 수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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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6 16:53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