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를 보는 너에게
이우연 지음 / 비선형프레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세드의 서재> 서평단에 참여하여 작성한 서평입니다.


"호접지몽 장자지몽"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조선 후기 김만중이 쓴 고전 판타지 소설 "구운몽" 속에 등장하는 장자와 나비 이야기가 떠올랐다.

"호접지몽 장자지몽"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다시 장자가 되니 무엇이 거짓이며 무엇이 진짜인지 분별하지 못하였다'


세계는 중첩되고 시간은 다시 흐른다.
분명 만난 적 있는 것 같으나
그것이 꿈속이었는지
지금이 꿈인지 알 수가 없다.


"나를 보는 너에게"는 다소간의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말간 청소년 아이들의 성장소설로 치부하기엔 세계관이 복잡하고 설명이 자세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아래 내용은 나름의 해석을 정리한 것이니 참고만 하면 좋겠다. 

스포일러가 있어 이미 읽으신 분은 이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하고 가볍게 읽어주시고,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마지막 부분으로 휘리릭 내려보셔도 좋겠다.


📖소리

소설 속의 나 '소리'는 현실에서 외톨이다. 주변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나에게 말을 걸어 주는 아이도 선의를 가장한 악의를 건넨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길고도 외로웠을 나는 게임 속에서 그 시간을 견뎌낸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게임 '데드 버니즈'속에서 토끼 좀비들에게 죽고 당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학교 안에는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 많은 영혼들이 남아 있었다. 각각의 공간에서 지박령이 된 (혹은 시스템 속 고스트가 된) 아이들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기다렸다. 나를 떠밀고 사라진 아이, 그곳에 나를 버리고 간 아이들, 혹은 나를 구해줄 아이들을 기다렸다.

소리는 자기를 외로움에서 고독 속에서 꺼내줄 누군가를 계속 기다렸는데 전학생 은하가 나타난다. 처음부터 나만을 바라보고 다가온 은하. 누군가를 찾게 도와 달라며 그때까지 내 곁에 있게 해달라던 은하.

은하와 함께 학교 안 여러 존재들을 만나고 접촉하면서 나는 점차 오염된다. 접촉이 반복되면서 내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마침내 다른 이들과 다른 존재로 느껴지던 은하를 내 손으로 해치고 만다.

이야기의 배경인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음산함과 폐쇄성 그리고 공포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깬 판타지가 된다. 세계는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버그는 지워야 할 대상일 뿐이다. 검은 비가 내려도, 죽은 새들이 떨어져도 그 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갈 길을 간다.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시간 안에서 나와 은하는 오류이고 버그다. 나는 너다.

📖 은하

나 '은하'는 게임 세상을 나의 세상으로, 내가 살아가는 세상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러다 데드 버니즈의 버그 공간에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 세계는 지박령이 좁디좁은 공간 안을 반복해 움직이듯 새로움이 없는 공간이었다.

그 안에 만들어낸 학교 건물에서 너를 처음 만났다. 나와 같은 너를. . .

내가 네게서 본 것과
네가 내게서 본 것은 같지 않았다.

서로가 바라본 것과 바란 것이 같지 않아
둘은 같은 종말을 바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게임 속 버그에서 고스트가 되어 계속해서 버그 공간을 만들어내고 너를 만났다. 내가 잃은 것을 너도 잃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너는 내 전부가 되었다.

📖 소리

여전히 함께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너와 나.
나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한없이 이기적이며 현실을 기망하는 나.

📖 시간은 반복되고 - 소리의 시점

반복되는 시간과 중첩되는 세계
네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고통을 오롯이 견뎌낸다.

-------

은하가 부여하는 형벌 속에 갇힌 소리를 보면서 사랑을 잃는 것이 고통일까
사랑을 가졌던 것을 잊는 것이 고통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 잊어버린다면 고통도 없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는데

소설의 말미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망각은 악몽보다 깊고 끔찍해서 나는 매 순간 너를 아파하겠지."

은하와 소리가 현실로 돌아갔을까.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긴 하지만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는 현실인가'
'나는 나인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인가'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책을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상서점 2 - 긴 밤이 될 겁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빛과 어둠의 경계 앞에서 서주는 천천히 어두운 안쪽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알까? 이곳을 드나드는 동안 모르고 지낸 일이 많았다는 사실을. 어둠의 장막 안쪽에선 생각보다 많은 일이 벌어진다는 걸.   P. 259


세상의 모든 걸 이해한 줄 알았는데 고작 사람의 마음 하나를 몰랐다. P.118



환상서점2는 세상 오만 잡것(!)이 모여있는 서점의 주인 "서주"가 찾아드는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기록서 속 이야기이다. 기록서는 영원을 사는 서주가 언젠가 환생할 연서를 만나 들려줄 이야기들을 기록해두는 책이다. 서주가 겪는 일과 서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손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기록된 책이니 환상서점2에 나온 이야기들이 바로 기록서의 내용과 같을 것이다.



'귀왕의 꽃', '퇴마록', '천일야화', '파한집',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최근작으로는 현판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하는 구나'와 같은 토속 신앙, 귀신, 기묘한 이야기들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환상서점 역시도 기대하며 보았던 소설이다.



환상서점2는 오래된 책에 깃들어 태어난 도깨비 이야기로 시작된다. 앞부분의 이야기는 피리부는 사나이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모티브로 삼아 펼쳐진다. 사람을 사랑하고 인간 세상을 동경하던 도깨비는 원하던 가족을 만들지만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모두 잃고 인간 세상에 대한 믿음도 잃게 되어 스스로 서점이 된다.



긴 시간 잠들어 있던 도깨비가 가슴을 헤집는 통증에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서점을 맡겨둔 서주가 다른 사람과 행복한 모습을 보게 된다. 유일한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낀 도깨비는 그 자리를 뺐고 친구의 소중한 이를 빼앗으라는 속삭임을 듣게 된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도깨비와 얽인 사건이지만 그 사이 각시 손님과 의원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원귀의 사연도 들려준다. 그렇다. 환상서점2는 들려주는 이야기다. 독자는 서주와 등장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사건을 지켜보고 다음 이야기는?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 하며 따라가게 된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과 다음에는 어떻게 될 거 같다는 짐작이 이어지지만 뻔한 것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작가님의 솜씨가 맛깔난다.



전체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인연, 신과 사람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어 책을 읽다 쉬는 짬에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는 어떤 연으로 이어져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난번 무슨 말 끝엔가 '이번 생은 망했어'라고 자조적인 말을 뱉은 순간 0.5초 딜레이도 없이 치고 들어왔던 딸아이의 '다음 생은 없어요'라던 대답이 함께 떠올라 잠시 웃기도 했다.



누가 옳고 그른가.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가. 어떤 방법이 옳은가에 대한 어려운 고찰보다는 여름밤 썩 무섭지는 않지만 살짝 소오름 돋으며 읽을 수 있는 재미진 책으로 추천한다. 손에 들고 첫 장을 들면 마지막 장까지 닿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하지 않고 이기기로 했다 - 소통만능주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최명기 지음 / 시공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말하지 않고 이기기로 했다”는 어려운 사람과 소통하는 법과 자신을 지키는 법을 다룬 책이다.



무례하거나 선을 넘는 사람들을 대하는 데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나 자신이 가진 무례함의 기준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이 중요하다.



부정적이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복수심이 강한 사람은 무시당할 일이 많다.

반대로 긍정적이고 자신을 과소평가하며 관대한 사람은 무시당할 일이 거의 없다.

무례함을 자주 느끼는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남을 무시하는 경향이 크고,

무례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입장이 바뀌어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 타인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만났을 때 선을 넘는 행동에 대응하는 단계별 대처법

① '슬쩍 피하기' - 갈등을 키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는 방법

② '다시 선을 긋기' - 경계를 명확히 알린다.

③ '바리케이드를 쌓기' - 단호하게 방어선을 구축한다.

④ '나도 선을 넘어 대항하기' - 상대가 계속해서 선을 넘을 때 나도 같은 방식으로 대항하는 극단적 방법,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관계를 유지하는 선을 깊게 고민하자.

선을 지키지 못하는 상대에게 화를 내는 자신도 선을 넘고 있을 수 있다.

내가 그은 선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한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 만약 지나치게 엄격한 경계를 세워 상대가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한다면, 결국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게 될 위험이 크다.



상대방의 사과에 대해 너무 쉽게 받아들이지 말라.

진정한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정직하게 되새기는 과정이다.

이를 피하려는 사람들은 대개 사과하지 않고 망각으로 무마하려 한다.

사과하지 않는 이들이 사과할 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일 뿐이며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처벌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 '사과받지도 말고 용서하지도 말자'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별것 아닌 일'로 벌어지는 갈등 속에 숨은 진심을 들여다봐야 한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이유는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상대방의 태도와 마음이다. 진정으로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작은 일이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른다. 사소한 부탁조차 거절하고,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사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작은 도움에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며, 표현이 있어야 상대방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으로 되갚거나 작은 선물로 보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작은 부탁도 거절해야 한다. 원치 않는 도움을 강요받을 때는 단호히 거절해야 내 자유를 지킬 수 있다.


소통 과정에서 '설명'과 '설득'의 차이를 구분하자.

처음 하는 말은 설명이지만, 반복되면 설득이 된다.

설득은 상대방에게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부담이 크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무리하게 동의를 얻으려 하지 말라.

침묵으로 대응하는 편이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든다.

설명을 요구받고, 그것이 해명과 변명으로 이어진다면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나를 지키는 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기성찰이다. '선을 넘는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자신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무례하다'고 자주 느끼는 사람도 자신의 무례함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극적이고 말실수를 자주 하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대화에서 긴장하고 말실수를 할 수 있다. 용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나를 인정하고 다독이는 일이다.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작은 준비와 연습을 통해 조금씩 소통 능력을 키워 나가면 된다.



용기란 완벽함이 아니라, 불안과 부끄러움 속에서도 다시 용기 내어 말하는 자세다. 완벽한 대화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내 템포대로, 진심을 담아 소통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나를 지나치게 몰아세우지 말고 내가 가진 소심함과 불안함도 나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 진짜로 성장할 수 있다.



'나를 지키며 관계를 유지하는 법'

어려운 사람을 대할 때 무조건 맞서기보다 상황에 따라 슬쩍 피하고 선을 다시 긋자. 필요하다면 강한 방어선을 세워보자. 내가 무례함을 느끼는 기준과 선의 기준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도 돌아보고 스스로 관대해지자. 이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나 자신도 지치지 않을 수 있다.




"말하지 않고 이기기로 했다"는 '소통만능주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를 지키고 현명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남들과 편하게, 자유롭게 대화하지 못해 부족하게 느껴지는 나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게 담백한 문장으로 다독여주는 따뜻한 책이다. 내가 가진 기준과 태도를 돌아보고 나 스스로를 따뜻하게 볼 수 있게 독려하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소통의 어려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이고 나 또한 충분히 괜찮다라고 위로받을 수 있다.



타인과의 소통이 어렵고 스스로 움츠러든다면

나는 왜 이럴까

내가 왜 그랬을까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저 사람은 나에게 왜 이렇게 대할까

라는 물음을 자주 떠올리고 되뇌인다면 이 책을 읽으며 타인과 나 사이의 경계를 바로 세우고 나를 보호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을 함께 배워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물성 기름의 배신 - 의사도 속은 건강의 적 8가지 기름의 진실과 식단 해독 혁명
캐서린 섀너핸 지음, 유영훈 옮김 / 정말중요한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늘 피곤한가
밥 먹고 나서 밀려오는 졸음과 무기력에 시달리는가
건강을 위해 저지방 식단을 실천해 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는가
만성 염증, 장트러블, 피부 문제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데 뚜렷한 원인을 못 찾고 있는가
식품 과학, 식단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 알고 싶은가



위의 질문들은 사실 내가 품고 있는 질문들이다.


생리주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빈번한 피부 트러블과 장 트러블
갱년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나이를 부정하고 싶은 여러 질환의 징후들



그러던 중 '저속 노화를 원한다면, 식물성 기름부터 치워라!'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식물성 기름을 끊은 사람들의 추천사로 시작되는 "식물성 기름의 배신"은 '식물성 기름에 건강에 더 이롭다'는 통념에 반박하는 책이다. 해바라기유, 카놀라유, 콩기름, 옥수수기름처럼 흔히 ‘건강한 기름’으로 여겨지는 식물성 기름이 실은 세포를 망가뜨리고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심지어 2주간 식물성 기름을 완전히 끊어보는 실험을 권유한다. 

의사이자 분자생물학을 공부한 캐서린 섀너핸은 과학적 데이터와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근거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장들을 살펴보면



현대인들이 겪는 에너지 저하, 피로, 집중력 문제, 감정 기복, 배고픔 과민반응 등은 단순한 스트레스나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체내에 지속적으로 쌓여온 산화된 지방질 때문일 수 있다.



식물성 기름에는 다중불포화지방산(PUFA)이 많다. 그런데 이 성분은 고온에서 쉽게 산화된다. 산화된 지방은 몸 안에서 부정적인 작용을 일으켜 염증을 부르고, 인슐린 저항성을 키우게 된다. 결국 만성 피로나 대사 질환, 우울증,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진다.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 사회는 포화지방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 
앤설 키스라는 학자가 ‘지방 섭취가 심장질환을 유발한다’는 이론을 주장했고, 그의 연구는 정부 식이 지침의 토대가 된다. 



그런데 이 연구는 결정적인 통계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설에 부합하는 데이터만 발췌해 '상관관계'를 강조했고, 반대되는 데이터는 배제했다. 과학적 검증보다 정치적 동의가 먼저 이루어진 결과 포화지방은 악마화되고 식물성 기름은 ‘건강에 이로운 지방’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대체 지방을 생산하는 산업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시장을 장악했고 '저지방'식단이 유행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식물성 기름이 포함되었다. 



어떤 식품이 건강에 이롭다, 해롭다는 주장은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어제까지 좋다고 하던 음식이 당장 오늘에는 모든 질병의 원인인 것처럼 알려지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주장이 반박 불가능한 과학적 정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식물성 기름은 몸에 좋다'는 오랜 전제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저자가 권유하는 생활 속 식물성 기름 제거 실험도 한번 도전해 볼 만할 것 같다. ‘조심하라’는 경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안 식단으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식단까지 제시되어 있어 참고할만하다.


단지 기름 하나만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소비해 온 믿음과 습관을 다시 들여다보자는 것이 저자의 궁극적인 주장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20주년 기념 개정판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패배는 때때로

인간이 끝까지 붙드는

신념의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



우리는 보통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에 익숙하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도 그렇고, 

미디어가 반복해서 들려주는 서사도 그렇다.


권력을 잡았거나

전쟁에서 이겼거나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 "주인공"이 된다.


그런데 "위대한 패배자"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위인전' 혹은 '전기물'이 아니라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볼프 슈나이더가 쓴 위대한 패배자를 읽다보면 

'어, 이 인물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네'라는 생각이 든다. 

위대한 업적에 대한 서술이나 찬양 없이 각 인물의 궤적을 또렷이 그려낸다. 


20여명의 인물을 다루는데 각 인물의 복잡다난한 인생사를 그대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말년을 중심으로 그 인물이 왜 실패했는지를 짚는다.

다소 한심해보이는 면모나 세간의 좋지 않은 평가를 그대로 담아낸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의 마지막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그가 했던 선택과 그것이 가져온 결과를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 속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전부 이름을 들으면 알 법한 사람들인데 

목차를 그냥 훑어만 보아도 여타의 전기물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1. 몇 사람을 제외하고 우리는 모두 패배자다.

2. 대신 작가들이 그런 우리를 사랑한다.

비참한 패배자들

3. 골리앗, 베르블링거, 스미스 선장 - 호언장담형의 세 사람

4. 멕시코의 막시밀리안 황제 - 황제가 되기에는 너무나도 변변찮은 사람

영광스러운 패배자들

5. 롬멜 - 경탄과 환호 그러나 결국엔 죽음

6. 체 게바라 - 열대우림의 피투성이 구세주

7. 고르바초프 - 다른 민족은 해방했지만 정작 자신의 제국은 잃어버린 남자



이런 식이다.


각 인물의 서사와 종말을 바라보는 감상은 각자 다를 것이다.

다만 실패를 다루면서 그 실패를 미화하지 않는 점이 인상 깊었다.


실패는 분명 뼈 아프고 때로 비극적이다.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사건 중 핵심적인 경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패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실패의 경험 속에서 인간은 고민하고 움직이고,

때로는 그 무너짐 속에서 어떤 가치나 진실을 만들어낸다.


승자 중심의 역사관이 지겹다면 "위대한 패배자"를 읽어보시라.


우리는 꽤 오랫동안 이긴 자의 목소리만 들어왔다.

하지만 역사는 패배자 없이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인물의 현실적인 면모는 실패의 경험 속에서 더 진하게 드러난다.


쉬운 결말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지 중의 고심, 감정, 판단 착오 끝에 다다른 결과들을 

이 책속에서 볼 수 있다.



'이 인물은 왜 실패했을까'보다는

'이 실패는 무엇을 남겼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