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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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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에 일본에서 방영한 <프리터, 집을 사다フリーター、家を買う>라는 드라마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얼마 다니지 않은 직장을 때려치고 구직 활동에도 의욕이 없는, 근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20대의 주인공이 우연히 구하게 된 공사현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치있는 노동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간다는 훈훈한 내용이다. 유명한 배우 캐스팅에 괜찮은 시나리오에, 일본 정서 특유의 심금을 울리는 잔잔함으로 필자도 감명깊게 보았던 작품이다. 실제로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 그러니까 5년을 훌쩍 넘긴 이전부터도 제대로 된 직장을 갖고 있지 않은 채 큰 욕심 없이 아르바이트 생활만 이어가며 필요한 만큼의 생활만 꾸려가는 이른바 '프리터족(フリーター族)'이 일본 사회 내에서 하나의 계층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많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의 작품에서 프리터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의 이야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비영리법인 소다테아게넷을 운영하는 대표와 청년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학자가 공동으로 집필한 『무업사회』는 이처럼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있지 못한 청년들에 대한 그들의 진단을 소개해준다. 소다테아게넷은 일본 청년의 소외계층인 히키코모리, 니트족, 프리터족 등이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일하지 못하는 청년 계층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하면서도, 현장에서 접하는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곁들임으로써 그저 딱딱한 연구서에만 그칠 수 있었던 상황을 잘 피해냈다. 통계자료를 활용한 양적인 분석과 10년 이상의 NPO운영에서 얻은 질적 분석이 고루 제시된 양질의 보고서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필자 역시 지지하고 있는 가설은 우리나라의 사회가 일본 사회를 5년 내지 10년 간격을 두고 뒤따라가고 있는 양상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거품경제 몰락으로 인한 극심한 불황과 이에 따른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 등의 사회적 불안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노동의 현장에서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비정규직화(일본의 파견직과 비교할만 하다)를 포함한 고용불안이 그러하다. 머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프리터족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견도 있다. 실제로 사회 구조적인 난관에 부딛혀 타의적으로 일을 할 처지가 되지 못하는 일본 청년들의 사례는 바로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의 모습과 큰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의 청년, 책에 따르면 이른바 '청년 무업자'에 대한 인식은 당사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손가락질 받는 사정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면서 취업시장에서 한번 낙오의 옆길로 새게 되면 마치 미끄럼틀처럼 끊임없이 소외계층으로 전락해버릴 우려가 생기게 된다. 어쩌면 전술(前述)했던 드라마 속 훈훈한 이야기에도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주인공의 모습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하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무업 상태가 된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대답은 '질병 및 부상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사회적 편견으로 인식되듯 '게으름'을 암시하는 대답의 비중은 적었다. 그럼에도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처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듯한 갖가지 오해와 무언의 압박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노오오오력'과 다를 바가 없다. 책의 2부에서는 소다테아게넷의 운영 방침에 따라 자립에 성공한 '왕년의 무업 청년' 여섯 명의 사례가 제시되어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새기며 뜻깊게 생활에 임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청년들의 '무업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우리나라에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는 듯 싶지만, 결국 사회 구조적인 모순을 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2%모자란 해답인것 같기도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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