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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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서 보았다. 부드러움 속의 날카로움과 냉정한 시각 속의 따스한 마음을. 그것은 누구에게는 위험한글들이었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를 통해 그 모습을 다시 만난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진중하고 한없이 진지한 가운데에서도 입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힘을. 누구에게는 여전히 위험한 글들이지만 누구에게는 의미 깊고, 생각하게 하는 멋진 글들을.

 

저자는 거대한 차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차이는 떨어져 있음과 다름의 의미를 함께 가진다. 떨어져 있음은 객관적인 시각을 줄 수 있고, 다름은 주관적인 성향을 나타낼 수 있다. 그는 중국을 그렇게 바라본다. 저자는 중국의 현실 속에서 보이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뚜렷한 주관으로 기술한다. 이상적인 것과 현실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생각들은 <사람의 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의 연속으로 볼 수도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바라본 중국 속에 존재하는 것들은 여전히 그가 끌어 안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를 갈망할 것들이다. 한편으로 작가는 그곳에 멈추어 하소연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를 그의 일상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우리는 그가 말하는 일상들, 문학과 여행을 통한 경험담을 통하여 그의 생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 들어간다. 생활이 있는 곳에 차이는 존재한다. 그가 겪은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차이, 그 차이는 다른 생활을 만드는 동시에 색다른 의미를 갖게 한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 속에서 보이는 차이는 무엇일까? 그가 겪은 차이는 무엇일까? 어떻게 그 간격을 좁혔을까? 저자는 문학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가 읽은 책들, 그가 만난 문학가와 그들의 작품 및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단순하게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듯한데 그 속에는 마음 속에 새겨두면 좋을 것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그 속에서도 생각의 차이, 표현의 차이를 보게 된다.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한 차이를 떨어져 있는 상태로 놓아두지 않고 자신의 속으로 끌어들여 변화시키는 마력을 보게 된다. 차이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차이가 만드는 간극은 채워질 수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하여 저자는 많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사소한 생각의 차이가 가져오는 웃지 못할 결과조차도 차이를 메우는 수단이 된다. 여러 이야기 중 이언 매큐언의 후유증이라는 제목의 글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 글의 끝에 독서에 관한 조언을 한다. 아주 멋지다. 중국어의 음운 연구자, 중국을 사진으로 표현한 사진 작가들을 언급할 때는 과연 우리는 우리 문화를 바라보고 기술한 외국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난징대학살을 다른 하진의 소설에 관해서는 끝없는 자기 성찰을 하는 모습을 본다. 자신의 독서법, 글을 쓰고 읽는 태도 등을 그가 만난 이들과의 재미있는 일화를 통하여 유쾌하게 전달한다. 그를 통해 우리도 다른 환경을 맞으며 새로움을 얻어간다.

 

차이를 확인하는 동시에 차이를 없애는 역할을 하는 다른 방법이 여행이다. 아프리카,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세계 여러 대륙을 다니면서 겪은 일들을 읽는 일은 즐거운 여행을 함께 하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많은 샐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난 이들과의 대화, 그들과 함께 한 음식, 그들과 함께 한 여정 등은 저자의 눈을 거쳐 저자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한 바탕 소화된 후 맛나는 이야기로 되새겨 나온다. 축구와 농구 등 스포츠에 관한 일화는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마지막은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로 장식된다. 내게는 세대 차이라는 또 다른 차이를 좁히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부모의 시간이 자식에게 건네지고 자식의 시간이 또 다른 시대를 채워나갈 때도 여전히 차이는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존재를 부정하기보다 그 차이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다소 무겁게 생각되는 주제를 지나치면서 만난 글들은 내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문학 작품을 대할 때 어떤 자세로 마주했던가? 이야기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그 속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책장을 덮었던 것은 아닌가? 이전 작가들의 자취를 찾으면서, 요즘 활동하는 이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전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그들의 문학작품을 새롭게 보게 된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언어의 차이 때문이다. 여행한 곳의 음식이 생소한 것은 음식 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의견의 충돌이 생기는 것은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들이 이야기를 만든다. 평행선을 그으면서 팽팽하게 맞서는 차이가 아니라 서로 부딪치면서 교환하고, 교환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차이의 미묘한 특성을 만들어낸다. 저자와 나 사이의 생각의 거리도 그 속에서 변화해간다. 저자의 글 속에서 좁혀진다. 비록 치료법을 찾기보다 누군가 치료법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비겁한 존재이지만.

이처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연상과 그 연상 뒤에 일어나는 흥분은 동요처럼 단순하던 독서를 교향악처럼 풍성한 독서로 변화시킨다.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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