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20th C: 매그넘(MAGNUM) 1947~2006 - 우리는 그들의 사진으로 세계를 기억한다
매그넘 에이전시 사진, 에릭 고두 글, 양영란 옮김 / 마티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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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또 그래서 매그넘 소속 르뽀작가들의 사진을 좋아하게 된 나에게, 이 책은 종합선물셋트와도 같은 어리둥절한 기쁨을 안겨준다. 어디서 본 듯한 사진을 만나면, 아니, 이 사진이 매그넘 사진작가의 사진이었단 말이지 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진이면, 아, 그래, 역사 매그넘다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물셋트야 우선 맛있는 것을 골라먹으면 이가 빠지지만, 이 책은 내가 평생 가지고 있을 테니 그럴 염려는 없겠다. 내가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를 들을 때면, 보나마나 이 책을 다시 펼쳐들고 그 어둠 깔린 신비한 사진(그런데 참, 이 사진은 페이지 한 장 가득, 커다랗게 편집할 수는 없었을까?) 을 다시 한 번 음미할 테고, 특히나 내 마음에 다가오는 소련이며 동구의 그 황량한 살풍경을 심심하면 또 다시 펼쳐볼 테고, 지난 번 비데오 가게에서 빌리려 했던 제인 폰다가 나오는 sf영화를 결국 빌려볼 테고, 그 유명하다는 마릴린 몬로 사진은 솔직히 그저그런 것 같아 그냥 훌쩍 넘기고, 그러다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들에 또 다시 깊이 젖어들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 수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이 반반씩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책 편집 탓인지, 어쩐지 컬러사진이 더 많은 것 같아 보인다. 어쨌든 나는 이 책에서 흑백사진이 컬러사진보다 훨씬 더 호소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또 한 차례 확인해보는 중이다. 마치 오래 된 빈티지 오디오가 요즘의 현란무쌍한 오디오기기보다 훨씬 더 푸근하고 짙은 인간미를 풍기듯 말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그때 그 시절의 장면을 카르티에 브레송이나 카파의 시선을 통해 또 다시 만나보고 싶다. 연출사진이 아닌(내가 보기에, 이 책이 가진 최고 매력이 아닌가 한다), 그때 그 시절 이 지구상에 있었던 그대로 모습을. 내가 주역은 아니지만,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바로 그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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