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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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을 보고 왜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 이다. 왜냐하면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 소설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80~90년도의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수기 이다. 더 페미니즘과 엮어 이야기 한다면 이 책은 왜 페미니즘을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가벼운 여성차별부터 여아낙태 라는 제노사이드까지의 여성혐오의 역사를 담은 책 이며 페미니즘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이야기 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김지영씨의 주변인물이 겪은 여성혐오도 전부 쓰고 싶었지만 내용이 너무 뒤죽박죽이 될 것 같아 주인공인 김지영씨의 어린시절과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 맞춰 82년생 김지영 이라는 수기에 담긴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김지영씨는 평범한 전업주부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정신이 이상해져 버리는 김지영씨는 남편 정지훈씨의 권유로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기로 하며 김지영씨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지영씨의 과거 이야기는 아주 가볍게 할머니의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남자동생과 언니, 김지영씨가 겪는 작은 혐오로 시작된다. 그리고 김지영씨의 가족사에는 또다른 여성혐오가 숨어져 있는데 바로 페미사이드(여성이란 이유로 죽임당하는 일종의 인종청소)이다. 김지영씨의 첫번째 동생은 여자라는 이유로 낙태당했다. 이는 김지영씨네 일가만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80~90년대 아동 성비 불균형은 정점을 찍었다. (셋째아 이상의 출생 성비는 남아가 여아의 2배가 넘었다. 이게 자연적으로 가능한 일 인가?) 대다수의 집들이 고작 성별이 여자 라는 이유로 뱃속에 있는 아이를 지워버렸다는 것 이다. 이 여아감별에서 살아남은 특별한 김지영씨의 수모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김지영씨가 국민학교때의 일 이다. 당시 김지영씨를 너무 '사랑해서' 과장보태 쉴새없이 김지영씨를 괴롭힌 짝꿍은 도가 지나친 장난으로 선생님께 혼나고, 김지영씨는 짝꿍을 혼낸 선생님께 짝꿍이 김지영씨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다 라는 황당한 대답을 듣는다. 하다못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주인이 너무 사랑해서 어화둥둥 보듬어주는데 김지영씨는 개 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는 것 이다. 만약 짝꿍이 성인, 하다못해 청소년 이었다면 김지영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가설에 대한 해답은 김지영씨가 겪을 다음 일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중학생 김지영씨는 입학하자 마자 공부에는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너무 비쳐서 과장보태 입으나 마나인, 안에 꼭 하얀색 러닝셔츠를 입어야하는 여학생용 흰색 셔츠를 입으며 외관상의 이유로 무릎을 덮고 엉덩이와 다리 굴곡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야 하는 치마를 입었으며 겨울에도 스타킹에 구두만 신고 다녔다. 이는 90년도 후반~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인데, 정말 무서운 이야기는 이런 실용성이 하나도 없는 여학생 교복을 입으라 하는 학교가 아직도 많다는 것 이다.김지영씨는 이후 바바리맨도 만나고, 초경도 하고, 과대망상(내가 마음대로 붙였다) 남학생도 만난다. 그 남학생은 김지영씨와 같은 학원 학생인데, 김지영씨는 그 남학생과 이야기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남학생은 김지영씨가 자신에게 웃어줬다 라는 이유로 온갖 설레발을 치며 김지영씨를 스토킹한다. 나도 믿고 싶지 않지만 이러한 경우는 책 밖에서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스토킹 범죄가 바로 그 사례인데, 네이버 뉴스피드에 검색해보면 불과 3일전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스토킹 범죄 뉴스를 접할 수 있다. 대한민국엔 과대망상 남학생들이 아주아주 많다는 뜻 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여튼, 김지영씨는 다행히도 어떤 직장인의 도움을 받고서 너가 조심했어야지, 치마는 또 왜 그렇게 짧냐 라는 등의 덕담을 해주시는 아주 좋은 아버지의 배웅을 받으며 무사히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그 직장인도 세상에는 좋은남자가 더 많아요 라는 덕담을 김지영씨에게 해주며 이 이야기는 끝난다. 김지영씨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들어갔다. 김지영씨는 꽤나 순탄하게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학점은 좋지 못해도 나름 좋다고 생각하는 남자친구를 사겼다. 그러나 그 남자친구는 끝이 매우 안 좋았다. 남자친구는 김지영씨와 헤어졌지만 술을 마시고 나면 한창 불타올랐을때의 남자친구로 변해서 전화도 수백통씩 걸고 김지영씨네 가게 건물 앞에서 토악질도 했다. 이게 다 남자친구가 김지영씨를 너무 좋아해서 이다. 이러한 남자친구의 행동을 뭐라 하는지 아는가? 바로 이별범죄이다. 김지영씨의 구 남자친구같은 인물들 또한 과대망상 남학생만큼 많은지라 네이버 뉴스검색 피드에 검색해보면 2일 전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기사를 볼 수 있다. 남자친구보다 더한 사람은 애인이 이별을 고했다고 화나서 죽여버리는 남자친구도 있다. 괜히 안전 이별이라는 말이 나온게 아니다. (왜 사람간의 이별에서 안전함을 원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김지영씨의 유년기부터 대학 새내기때 까지의 일들 속 여성혐오를 정리해봤다. 이 외 김지영씨의 어머니가 겪은 여성혐오, 김지영씨의 언니 김은영씨가 겪은 여성혐오, 김지영씨의 국민학교,중학교 친구들이 겪은 여성혐오, 앞으로 김지영씨가 겪을 여성혐오를 전부 정리하면 끝도 없을 것 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여성혐오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머리를 두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 책 속의, 정확히는 이 시대의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스토킹 당하고, 차별 받고, 이유없이 조롱 당한다. 나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유난이라 생각했었다. 충분히 유난을 떨어도 될 일들인데 말이다. 그렇게 한 대 얻어 맞았고, 또 얻어 맞은 이유는 어머니의 책에 대한 평가 때문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73년생으로 당시 80~90년대 사람들과 비슷한 시대를 사셨다. 나는 이 책을 어머니께도 추천을 드렸는데, 책을 다 읽으신 어머니는 82년생 김지영을 자신의 옛날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소설 이라는 평가를 해 주셨다. 우리 어머니 뿐만 아니라 다른 1970~90년대 여성들에게도 이 책에 대한 평을 내려달라 해주면 이 책속의 이야기가 옛날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라는 이야기를 할 것 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내 과거의 행동이 너무 부끄러웠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게 아닌데 나는 내가 보지 않았다고 여성혐오를 묵살했다. 이 점이 너무 부끄럽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조금이나마도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여성인권은 남성이 가지는 보편적 권리만큼 신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여성과 남성의 임금차이, 경력단절 기간 등을 보면 아주 잘 알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 예전에 수행평가로 작성한 글을 다시 투고한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더 많지만 역량과 시간이 부족했다.. 나중에 수정할것이다.) 덧붙이자면 82년생 김지영은 같은 소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페미니즘을 친근히,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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