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손의 의사들 - 의사와 기업의 유착관계를 밝힌다
제롬 캐시러 지음, 최보문 옮김 / 양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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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제롬 캐시러의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의 편집장 사임을 둘러싼 논쟁은 전 세계 의학계를 뒤흔들었다. 터프츠대학 심장내과 교수로 있다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의 종신 편집장으로 취임한 그는 8년간 운영 능력과 전문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탁월한 편집인이었기 때문이다. 저널에 발표되는 논문의 높은 윤리적 기준과 전문성은 그가 재임하는 동안 철저히 지켜나간 편집인으로서의 원칙, 즉 철저한 리뷰와 리뷰자의 자격 검증, 과학적 타당성과 원칙에 입각한 결정, 그리고 의료계의 공적 담론 주도자로서의 책임의식에서 창출된 것이었다. 그 결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은 세계 10대 의학저널의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며, 연간 2000만 달러의 순익을 보장받았다.

소유주와 캐시러 사이의 갈등은 저널의 상업화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 제약회사의 광고 제한 완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이라는 명성을 이용하여 소비자 뉴스레터 및 다른 잡지의 발행, 약품 마케팅 등에 저널 로고를 사용하는 문제, 그리고 저널에서 거부된 품질 낮은 논문을 실기 위해 계열지를 발행하려는 매사추세츠 의학협회의 결정에 캐시러가 정면으로 반대를 한 것이다. 재임기간 동안 기고한 70편의 글에서 의료계의 영리추구에 관한 문제, 의료관리의 허점, 연방정부 정책의 오류, 의학협회들의 정치적 동기가 의료전문성을 훼손하는 문제점 등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온 그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의학계의 ‘바른 입’이자 ‘쓴소리’로서 의료와 의학저널의 공적 책임을 최우선으로 여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의학협회는 캐시러를 1999년 9월 1일자로 해임한다. 당시 수백 명의 의사들이 각종 의학저널(영국의학저널, 캐나다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 등)과 잡지(보스턴 글로브, 뉴욕타임스 등)를 통해 캐시러의 유임과 과학논문 편집권의 독립을 주창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후임이었던 하버드의과대학의 마르시아 안젤 또한 곧 사임하게 된다. 그 후 안젤은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유착관계를 파헤친 책을, 제롬 캐시러는 재정적 이해관계가 의료의 전문성을 어떻게 훼손해왔는지를 비판하는 책을 출판하여 이 두 사람은 ‘의료계의 살아 있는 양심’으로 불리고 있다.

<더러운 손의 의사들>은 그의 양심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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