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서 전쟁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일본의 침략전쟁이 나쁘다고는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일련의 전쟁들이 전개되는 내막이나 당시 시공간적 상황과의 유기적인 이해, 그것이 일본만의 현상인지 세계사적으로 한국사적으로 비슷한 점은 없는지 곱씹어 본적은 과연 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단순히 우리가 당했으므로 선과 악의 이분법적 도식으로 보거나 우리가 개화를 늦게 해서 당한 것이므로 당해도 싸다 이런 식으로 단순히 보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다.

  이 책은 근 현대사에서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과 역사학적인 인식법에서부터 시작해서 근대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해서 시대순으로 담담히 풀어간 책이다. 닷새간의 시민강좌 비슷한 수업을 풀어낸 책이므로 읽기가 어렵지 않고 혹시 평소 일본영화나 드라마의 잔잔한 유머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살짝살짝 강사의 유머감각도 현실적으로 느낄수 있을 정도로 구성의 몰입도가 훌륭할 정도이다.

  살짝 아주 살짝 일본인으로서의 시각이 보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담담히 종합적으로 사건을을 이해시키려고 하였으며 뭔가를 강요하는게 아니고 사실을 풀이하며 판단이나 추측을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 책 속에서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바로 독자에게도 던지고 싶은 질문이라는 전제에서는. . .

  여러가지 제시 자료도 훌륭해서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을 일본의 침략전쟁들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 진주만에 대해서는 음모론같은 사고에 빠지지 않게 잘 풀어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우리도 어찌보면 전쟁의 바로 앞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지도 우리에게 있다. 일본과 비슷하게 근현대화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래를 생각하는데 있어 반드시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연속되었던 전쟁의 길은 비단 일본만 선택한 것이 아니고 (세계사적으로 보자면) 또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선택한 것(위정자들은 대개 엘리트이다)도 아니지만 그 여파는 우리가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이기도 하기에...

  그리고 서평을 쓰기전에 대한 다른 서평과 이런 저전 SNS도 둘러보았는데... 한국의 교육과정을 일본과 비교해서 평가절하하는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의 토대가 된 강좌는 정규교육과정이 아닌 동호회수업이라는 것을 간과한 듯 싶다. 일본의 고등학생과 역사대화를 해봐도 우리 나라와 크게 상황이 다른 것은 안보이는 것 같기에... 우리 나라 역사동호회 고등학생들도 논문도 내고 하는데...

  그리고 어느 나라나 민중은 피해자고 순결하며 약자이다라고 단순도식화하여 계급주의적으로 써내려간 글도 보았는데... 글쎄... 그런 견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민중이라고 커다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제국주의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다른 민족과 국가의 생명과 존재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상적일지 모르지만 인간 생명보다 다른 무엇을 앞에 두는 인간의 추악함이 나타난 역사적 사조인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무조건 적으로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안에는 그러한 성향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국주의는 국가와 민족 사이에서 만이 아닌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나 학급에서도 같은 원리로서 작게나마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모든 것이 대해 어렵지 않게 고찰해 볼 수 있게 쓴 수작이므로 일독을 권한다.

  아울러 뱀발로 임진왜란 발발과 사카이 상인과의 연관성도 제시되고 있으므로 서해문집 기획자님이 제 서평을 보시면 이에 대해서도 좀 고려해 주시기를 바란다. 단순히 뿌리깊은 일본의 침략근성 이런 도식이 안 생기게 사회문화경제적으로 고찰을 할 수 있게...

혐한 혐중서를 비판하는 작자의 후기가 본문의 내용만큼이나 인상적이고,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 되자는 취지의 마지막 문장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