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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아웃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화이트 아웃"
고립된 설산으로 둘러싸인 니이가타의 일본 최고의 저장량을 자랑하는 오쿠토와 댐,
아홉개의 수력 발전소를 관리하는 오쿠토와 개폐소에 3년째 근무하는 평범한 직원 도가시와
댐을 급습하고 발전소와 스키장에 근무하는 직원 11명과 댐 하류의 마을 주민을 인질로
제한된 24시간 안에 50억엔의 몸값과 헬기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테러리스트들과의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1995년 출간되어 120만부의 판매량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1위, 영화화는 물론 120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작품이다.
재해 관련 소설이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서 간략하게 소개된 줄거리를 읽었을때
그다지 썩 구미가 당기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고노미스 1위와 판매량,
26년만의 복간이라는 포인트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총 542 페이지의 분량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스피디하고 몰입감 있게 읽혀지는 것은
생소하기 그지 없는 댐과 발전소에 관련된 기술적 용어나 등산 용어들의 빈번한 등장에도 불구하고
사건과 무대, 각자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혹은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정밀하고 세심하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의 서술 능력과 부지런한 취재, 충분한 자료 덕분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초반부 도가시가 맞이하는 첫번째 "화이트 아웃" 단락이 매우 좋았다)
"나는 약한 인간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안다.
그런데 오쿠도와의 눈이 그걸 귓가에 대고 계속 외치고 있었다."
P417
총과 화약, 발전소의 지식을 가진 9명의 테러리스트들과 사투,
인간이 대항하기에는 어렴도 없을 거대한 설산과 눈보라 속에서
오직 댐과 주변 지리, 산행에 대한 지식만이 있을뿐,
피지컬적인 능력은 보통?에 지나지 않는 한 인간이
끊이지 않는 난관과 고난에 부딪혀 좌절하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때마다
그를 항상 따라다니는 죄책감의 트리거 포인트가 됨과 동시에
극복의 원동력이 된 친구이자 동료인 요시오카의 죽음을 곱씹고 되새김질하며
자기 자신의 한계를 한단계 한단계 뛰어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초반부에 깔아놓은 복선을 회수하는 법과
클라이맥스에서 소설의 마지막까지 구구절절하지 않고 간결하고 스피디하게 마무리지은 점 또한
이 소설의 많은 장점들 중 하나인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도가시를 제외한 서브 캐릭터들, 히로인과 또 하나의 키맨의 역활이었는데
작가의 디테일한 감정 묘사가 소설 내내 많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줄거리적으로는 임팩트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정말 근사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간만에 좋은 작품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