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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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김승섭 교수님의 페이스북에서 글을 자주 읽었고, 그 때마다 아프고 서글프면서도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그렇구나, 하는 깨달음과,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움. 그래도 끝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화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경험을 해왔을 지 궁금하기도 했다. 책 마지막의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에서 그 의문을 조금 해소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읽게 된 칼럼도 있고, 처음 읽는 글도 있었다. 어려움 없이 읽히고, 상황과 맥락에 감정적으로 깊이 공감되면서도,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과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 결과들이 조심스럽지만 단단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받치고 있는 글이다. 


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로 과학소통의 모범이 되는 과학저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과학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고 철이 들 무렵부터 생각해 왔는데, 김승섭 교수님의 연구와 저술이야말로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한다. 


특히 '지극히 개인적인, 과학적 합리성의 세 가지 요소'는 책상앞에 붙여놓고, 두고두고 읽고싶은 글이다. 데이터에 기초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면서도 그 데이터와 결론이 사회와, 정치적 가치의 문제와 독립적일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 과학사회학 공부를 하면서 의문을 가졌던 부분들인데, 필자의 나름의 결론을 군더더기 없이 풀어내고 있어 정말 크게 배웠다. 


책을 읽으면서, 읽고나서, 가슴이 먹먹하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갖고 돌보는 것은 일견 이타적인 행동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모두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사실 그렇게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나누어 지려는 인간이 아닌가. 




이러한 연구를 둘러싼 비윤리적 행위들은 과학 일반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역할을 합니다. "왜 저런 논문을 썼지? 또 어디에서 돈 받은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이는 과학 연구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음모론을 싹트게 하는 토양이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합리적 근거에 기초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고, 정치적 힘에 의한 결정만이 남게 되지요. 결국 가장 큰 힘을 가진 집단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되고, 그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히 힘을 행사할 수 없었던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p.79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아요.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자신이 왜 상처받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잖아요. 아프니까. 그래서 희망은 항상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있어요. 진짜에요.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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