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운명 - 금융자본주의인가 산업자본주의인가
마이클 허드슨 지음, 조행복 옮김 / 아카넷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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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허드슨의 <문명의 운명>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금융자본주의가 경제적 양극화를 악화시키고 빈곤과 불평등, 환경 파괴를 초래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다. 신자유주의의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이 소수의 지대 수취자에게 부과 권력을 집중시키고 이로 인해 경제적 양극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제 개혁과 공공 정책 개혁, 그리고 독점기업의 지대 추구 제한 등을 통해 지대 추구 경제를 탈피하고자 하는 대안을 모색한다.

이 책은 경제적 양극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대 수취자의 반혁명, 그리고 대안이 있다는 주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경제사적으로 어떻게 산업자본주의가 등장하고 금융자본주의에 자리를 내 주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금융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 산업의 이윤, 임금의 ‘실물’ 경제가 아닌 소득과 부의 금융화를 추구한다. 금융자본주의의 약탈적 지대 추구는 경제를 양극화하고 소득과 부를 경제적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 집중시킨다. 산업자본주의는 지대수취자 몫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간접비가 적게 발생하는 저비용 경제를 만들려고 했지만, 금융자본주의는 오히려 이 부담을 증가시킨다. 이 때 지대 추구란 다른 사람들로부터 재산을 추출하면서 새로운 재산을 창출하지 않는 경제적 권력 사용을 의미한다. 지대 수취자는 생산 요소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로, 생산 요소의 임대로 이윤을 얻는다. 나아가 금융자본의 정치적, 경제적 지배구조를 설명하고 어떻게 전지구적 차원에서 금융 과두지배 체계를 확립되었는지 추적한다. 금융자본주의 시대에도 지대 구조는 계속된다. 지대는 이제 금융자본가 그룹의 특권을 위한 통행료가 된다. 이제 지대는 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산 자체에서도 나온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지대 수취자의 반혁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대 수취자는 생산 요소의 가격을 인상하여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격을 부과하며, 정부 규제를 회피한다. 경제 민주주의를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의 세력은 약화되고 지대 수취자 집단들의 통제권을 강화된다. 현실 정치 체제에서 볼 때,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과두정과 유사하게 권력을 독점하는 미국은 철저하게 지대 수취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으며 외교 정책과 군사 정책을 통해 글로벌 차원에서 통제력을 견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 파트에서 경제적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업의 이윤 규제, 환경 오염 규제, 정부 규제 회피 방지, 노동자 임금 인상, 소비자 물가 부담 감소, 지대 수취자 이윤 재분배 등이 제시된다. 경제의 금융화가 노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자본을 통제하는 사람들의 권력을 강화시킨다. 이로 인해 노동자의 임금은 감소하고 금융 부문의 이익은 증가한다. 금융 자본주의는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빈곤과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환경을 파괴한다. 이에 반하여 새로운 경제 시스템은 자본이 다시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자본주의가 낳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 부문의 권력을 제한하고 노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에게 재분배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금융이 아닌, 실제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과 산업에 자본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금융자본주의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산업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라는 분류와 도식화는 상당히 인위적이다. 현실 경제에서는 산업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는 공존하고 있으며, 그 경계도 모호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정책 방향성은 추상적인 가치들이다. 방향성에 공감하더라도 문제의 핵심은 지금 우리의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어떻게 현실적인 정책으로 추진하느냐이다. 새로운 대안들이 작동되기 위해선 법, 제도, 정책뿐만 아니라 관습/관행 차원에서도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문제의식은 현재 금융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즉, 현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공평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촉진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사회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공적 견제와 균형이 동반된 혼합경제가 하나요, 국가를 해체하고 사영화하여 그 화폐와 신용의 제도, 토지, 기본적 기간시설을 탈취하는, 그래서 자신들은 부자가 되지만 경제를 질식시켜 그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두 지배 체제가 다른 하나다. 과두지배 체제가 사유화로 양극화를 초래하고 결국 실패한 국가가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사회와 국민들 지대 수취자의 약탈적 착취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정부를 지닌 혼합경제는 성공적이고 회복력이 있다.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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