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의 품격 - 빵에서 칵테일까지 당신이 알아야 할 외식의 모든 것
이용재 지음 / 오브제(다산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자, 여기 담이 있다. 담 안에서만 살아온 어떤 이는 담 밖에 무엇이 있는지 본 적이 없다. 아니 담이 있는지조차 모를수도 있다. 그는 담 안에서의 삶에 만족한다. '난 여기서의 삶이 너무 좋아.'  하지만 담 밖의 세상을 봤을 때에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런 후에도 지금의 삶에 만족할 수는 있겠지만(아름다운 풍경만 펼쳐질 순 없으니까) 최소한 삶에 대한 생각은 바뀔 것이다. 
 여기서의 삶을 '맛'으로 치환했을 때, 담 밖의 세상을 볼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책이 여기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입맛은 주관적이니,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라는 것도 기본을 지킨 음식에서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기본을 지켰고 말고는 모르겠고 내가 맛있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는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펼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책은 내용과는 상관 없이 이 책을 짤방처럼 헛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유치한 허세의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술기운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저래놓고 사진을 찍으니 그냥 기분이 좋았다.

 제목 자체가 도발적이다. 일단 '품격'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이것을 저자의 인품과 동일시하여 '얼마나 잘났길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내용은 그게 아니다. 돈을 덕지덕지 처바른 고급 식당에서의 식사예절 같은 걸 따지는 책이 아니란 얘기다. 이 단어도 어디까지나 기본을 지킨 음식이라야 그 맛을 논할 수 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식을 먹을 때 처음 접하는 빵에서부터 디저트와 커피, 그리고 위스키까지 좋은 재료와 그걸 활용할 줄 아는 숙련된 손을 가진 사람이 만든 음식이 어떤 맛을 내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만큼 만만치 않고 깐깐하다. 이 책에 소개된 음식 중 어떤 것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가장 흥미를 끈 카테고리는 역시 맥주다. 거의 매일 마시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맥주회사와 일부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인정하는 '국산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는 이유' 에 대해서도 기술되어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건강한 버거는 버거가 아니기 때문" 이다. 몸에 좋은 것만 먹을 거면 '인간사료' 같은 거나 먹지 라는 내 지론과도 맞고... 인간이 그래서 인간이지 않은가. 

  이 책으로 어떤 음식이 좋은 맛을 내는지 감이라도 잡았다면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PS: 뜬금없는 말이지만, 이 시대의 맛이라는 것이 한없이 치솟는 임대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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