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감각 - 지극히 인문학적인 수학 이야기
박병하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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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인문학 #인문학적통찰 #삶의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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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의 중반부까지는 '굳이 수학에서 이렇게 인문학적인 감성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나' 하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책을 읽었다. 내가 자기 직전에 졸린 상태로 읽어서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가 안 되고 '도대체 그래서 무한이 어떻다고 말하고 싶은거야?'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3장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점점 책에 빠져들었다. 이 책은 수학을 통해 감성팔이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수학에서의 깨달음, 접근법, 확장이나 변형 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수학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의 문제에 대한 접근법도 제시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시스템을 뒤집어보기, 근본만 남기고 말랑말랑하게 변신하기, 익숙한 것에서 답 찾기, 거리를 두고 문제를 통째로 보기, 친숙한 것을 지렛대로 쓰기 등은 수학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문제 접근법이지만 현실의 문제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문제 접근법을 자연스럽게 수학과 연결해서 설명한다. 게다가 학창시절 내내 배웠고 나름 애정이 있었던 수학에 대한 향수까지 자극하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학생 때 수학을 싫어했던 사람이라면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좀 지루할수도 있다.
 대학에 와서 수많은 엄밀한 증명을 하고 주변의 수학 천재들을 보면서 결국 순수수학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했는데,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어릴 때 좋아했던 건 수학 그 자체보다도 문제를 푸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어떤 문제를 풀면서 이때까지 배우지 않은 풀이 방법으로 간단하게 풀어냈을 때의 쾌감이 나를 수학과로 보냈다. 어쨌든, 다시 문제해결의 즐거움과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 당신 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다
 '관계망에서 관계 요소 보기'라는 부제를 가진 2장의 제목이다. 오롯이 혼자서 정의되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예전부터 생각해왔다. 단순히 국어사전만 봐도 그렇다. 어떤 단어를 검색하면 그 단어를 정의하고 설명하기 위해 다른 개념이 사용되는데, 그 개념을 검색해보면 원래 찾고자 했던 단어를 사용해서 그 개념을 설명한다. 언어의 한계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언어의 한계를 떠나서도 다른 것과의 관계 없이 혼자서 정의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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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표현 체계는 사회의 근간이 되는 무형적 인프라이기 때문에 이 방식이 비효율적이면 사회 전체적인 비효율은 단계가 올라가면서 차곡차곡 누적된다. - 57p -

# 근본만 남기고 말랑말랑하게 변신하기
'말랑말랑한 상상력 기르기' 훈련을 위해서 선물한 문제
또 이런 건 답을 모르고는 그냥 못 넘어가는 성격이라 혼자 삼십분 정도 끙끙댔다
구글링으로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이해하고 납득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려보았다.
위상동형사상에서 보존되는 것은 연속성, compactness, 구멍의 수가 있다는 글을 보고 고리를 아래 그림과 같이 단순화시켰다.
그리고 찬찬히 움직여보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글을 읽은 블로그. https://blog.naver.com/khsamuel/221390509553

학부때처럼 엄밀한 증명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이런 글을 읽고 이런 고민을 하니까 재미있었다.
책을 읽다가 도넛이랑 머그컵이 같은 모양이라는 것에 흥분해 수학 뽕을 맞은 10년 전의 내가 이해된다.
아니, 게다가 다음 장은 수와 도형의 통합에 관한 얘기다. 처음 좌표체계를 알고 나서 수식을 도형으로, 도형을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원의 방정식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던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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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수의 덧셈이라는 매우 단순한 문제에서 바젤 문제를 거쳐 리만 가설까지 단숨에 왔다. 이런 상상력의 비약은 형식이 복잡했던 옛날에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형식이 충분히 단순해지자 상상력이 도약했다. 단순한 형식이 상상력의 발판이었던 것이다.
 충분히 단순한 형식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할 만큼 군더더기가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 어떤 문제가 지독하게 얽혀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를 나타내는 형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치할 만큼 단순한 형식으로 문제를 나타낼 수만 있다면 그 문제는 반 이상 해결된 것이라고, 그 단순한 형식이 다른 문제까지 해결하게 도울지도 모른다고, 지금 수학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 167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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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언가를 창조해 낼 때도 뿌리가 중요하다. 그 뿌리란 바로 '의심'이다. 당연해 뒤에 ?를 붙여라. - 263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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