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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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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작품을 읽고 나면 마치 개안수술을 받은 것과 같아서 세상이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 버지니아 울프 -

 

2년 전 결혼을 했습니다.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하는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서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습니다. 연애에서 결혼으로 급류에 휩쓸리듯 흘러갔습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진지하게 요목조목 따져가며 생각해본적은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생활은 시작되었고, 많은 부분들을 직접 당면하게 되면서 함께 생각하고 의견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3개월 전 아이가 태어났고, 육아와 씨름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아이와 함께 하는 세가족의 삶에 익숙해질때쯤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운명과 같은 만남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혼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부계혈통에 대한 인식은 여성의 정절을 보증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여성의 종속을 낳았고, 금욕주의를 추구했던 기독교에 의해 결혼은 간음의 죄를 예방하기 위해 존재했으며, 성적 미덕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필연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강등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부계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은 언제나 남성에게 종속적이었고, 이런 인식으로 오랫동안 제도적으로 유지되었던 결혼에 프랑스혁명 이후 낭만적인 사랑의 결실과 같은 관념이 들어섰습니다. 결혼과 부부라는 관계 하에서는 언제나 남성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상호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마련된 것입니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사회적 변화

그 이후 1928,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라 선언했고, 이 책 역시 딱 1년 뒤인 192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시기가 여성들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한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로부터 약 90년이 지난 지금 결혼이라는 제도를 바라보면 많은(?) 변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호주제는 폐지되었고, 자식이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습니다. 간통죄 역시 사라졌으며,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점차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젠 동성애를 인정하고 동성결혼에 대한 논의까지 시작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성들이 남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작되었으며,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더라도 삶을 충분히 살아낼 수 있는 여력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지고 경제활동에 제약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인식과 행동의 변화는 제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 합니다. 러셀이 바뀌어야 한다며 설명하는 그 시대의 잘 못된 성에 대한 인식은 제가 살아온 사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쉬쉬해야 하는 것이며, 드러내고 밝히는 것은 저속한 행동이니까요. 비록 케이블 방송이긴 하지만 <마녀사냥>과 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시도가 시작된 것은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이 역시도 대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결혼과 성윤리가 필요하다.

출세를 위해서 사랑을 고스란히 포기하는 사람은 어리석기만 할 뿐 결코 영웅 대접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돈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오늘날의 세계에는 사랑의 충분한 발전을 가로막는 심리적인 장해물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자신의 개성이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는 어리석으면서도 상당히 현대적인 공포이다.”

 

인류는 단 한 번도 경험한적 없는 양성평등 사회를 제대로 살아내기 위한 모색을 해야 합니다. 러셀은 진정한 사랑이 앞으로의 결혼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답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현 시대에 비춰 보았을 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동의할 것입니다. 많은 사회문제 발생의 원인에는 사랑의 부족이 항상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린 러셀이 주장하는 이야기들을 하나의 지침으로 삼아 공론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에 대해, 아내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다.

결혼의 진정한 목적이 자녀출산에 있다는 이야기는 짐짓 받아들이기 어려우면서도 결론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동물적인 행위에서 이뤄진 제도이기에, 이 안에서 인간다움을 찾아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왜 아내와 함께 하고 있는가.’, ‘자식을 키우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됩니다. 특히 자녀의 양육에 있어서 많은 부분들이 국가에 이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자연스레 부모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상대적으로 아버지의 역할이양이 많이 됩니다. 그렇다면 아버지로서 존재하는 나는 무엇으로 존재해야 되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아직까지 답은 내리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자식과 함께 새로운 가정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출발점에서 만난 이 책이 다양한 해법들을 제게 던져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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