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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 대중문화의 정치적 무의식 읽기
김성윤 지음 / 북인더갭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그가 정의하고 내가 정리한 대중문화.
그는 대중문화를 <전도된 욕망을 비추는 객관적이고도 주관적인 체계>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욕망’이다. 대중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매체는 TV 프로그램이기에 현재 이슈가 되는 프로그램들을 잘 살펴보면 대중이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게 된다. 자연스레 몇 가지로 압축 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육아방송」, ‘냉장고를 부탁해’ 대표하는「쿡방」, ‘마이리틀텔레비전’과 같은「인터넷방송」. 아기 낳고 키우기 힘든 세상이니 남들이 육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삼고, 고품격 요리 역시 나에게 사치일 뿐이니 셰프들의 고급 음식들을 쳐다보며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운다. 거기다 공중파에서는 절대 만족시켜줄 수 없는 나의 원초적 자극은 아프리카 TV를 통해서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채워넣을 수 있다. 개인화가 되는 것과 동시에 고립화 마저 진행되고 있는 현 시대의 모습을 미디어는 보여주고 있다.
대중문화를 소비한다는 것
이런 대중문화는 언제나 소비되거나 향유하는 대상으로만 존재했었다. 내 취향에 맞으면 즐기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쉽게 패스하면 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웃고 떠들며 즐기는 사이, 아니 그렇게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대중들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태도와 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점을 파고든다. 때로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파고 들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대중이라는 이름 아래 숨어있는 우리의 모습, 그리고 나의 모습을 들춰내고 만다. 저자는 그런 작업에서 통렬한 쾌감을 느낄 것이며, 독자는 무의식 속의 자신을 마주하면서 생각과 행동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내가 어떻게 대중문화를 받아들이고 소비하고 있었는지 바라보게 된다.
책 읽는 즐거움. 나와 다른 관점을 마주하다.
책을 읽으며 선택에 대한 보답을 받는 순간은 나와 다른 새로운 시각을 마주하게 될 때이다. 자연스레 사고의 확장이 이루어지며,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하나의 고정관념이 아닌지 되물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나를 마주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하나의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이 책 역시 대중문화를 다루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들을 접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HOT의 등장을 목격했고, 그렇게 나의 학창시절은 아이돌그룹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하지만 팬클럽과 같은 활동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팬덤현상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상황이었다. 단순히 그들의 행동은 ‘도대체 왜 저럴까?’하는 의문 아닌 의문으로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200년대 들어 나타난 팬덤문화의 새로운 지류는 전통적인 성적 시선의 구도와 시선의 권력관계를 전복시키는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여성이 남성을 시각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그의 관점은 내가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이다.내게 있어 이런 현상은 학업이라는 억압된 환경 속에서 하나의 탈출구 정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생」을 ‘판타지물’로 바라보다니. 우리가 이 드라마에 그렇게 열광했던 이유는 로맨스와 막장 스토리로만 가득했던 드라마에서 벗어나,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과 사건으로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내 그의 주장에 설득 당하고 만다. 오과장, 김대리, 장그래라는 현실 속에서는 절대 함께 있을 수 없는 조합이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핵심을 외면한채 드라마 속 사건에 열광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깨끗하게 포장 된 유통기한 지난 식품 같은 건 왜일까.
그가 『한겨례』와 『미디어스』,『미디어오늘』에 기고했던 글들을 엮어서 낸 책이라 밝히고 있지만, 다루고 있는 사건들이 이미 사회에서 소화가 된 지 오래이거나, 되새김질까지 끝난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시점에서 좀 더 보완을 했다고 했지만 내용 자체가 새롭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게다가 현 시점에도 충분히 다룰만한 대중문화적 이슈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루지 않았으며, 과거 사건들에 머물러 있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현재 대중문화의 가장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컨텐츠들은 단 하나도 다루지 않고 있다. 즉, 책을 출판하는 것이 목적인 모습이 다분히 보인다.그 점이 가장 아쉽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