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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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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문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오는 기사의 주제 중 하나입니다. 성장은 둔화되었고, 기업은 비용절감에 혈안이며, 미래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에게 도전만을 강요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이 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청년실업 문제가 청년만의 과제로 국한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하는 흐름 속에서 더 많은 세금이 필요하지만 일하지 않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이를 충당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현황과 정책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며, 유교 등 문화적 배경에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가진 한국 역시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무업사회’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1. 무업사회란 무엇이며, 왜 등장하게 되었을까?

제목을 처음 보고 제가 했던 생각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취업이 어려워지는 사회적 추세를 ‘무업사회’라 생각했습니다. 역시 저의 짧은 생각과 달리 제목이 다루고 있는 범위는 더욱 넓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 합니다. 


‘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를 ‘무업사회(無業社會)’라고 정의합니다.’


사회적인 현상과 더불어 개인의 심리적 태도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의 원인에는 다양한 것이 있겠지만 ‘종신 고용제’와 ‘연공서열형 임금’으로 대표되는 일명 ‘일본형 시스템’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그 시스템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되면 치열한 경쟁 환경이나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상황과 구조의 책임이 큽니다. 일본에서는 노동시장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과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이 거의 같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청년 무업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어떠할까요?


2. 무업, 그건 너의 잘 못이야! vs 그게 너의 잘 못이야?

책 속 한 청년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저는 제 성격 때문에 면접을 봐도 채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상대방이 허비하게 만드는 것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데도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어요.”


여러분은 이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너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너의 생각 때문에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잖아?’ 였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에는 개인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사회·대중의 시선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열쇠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스스로 헤어나오고자 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 된 것은 무업상태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질병·부상’이라는 것과, 다섯명 중 한 명의 퇴직 사유가 직장내 분위기나 근로의 질 등을 통한 ‘심신박약’이라는 것을 통해서,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이유를 통해서 많은 이들이 무업상태에 빠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하나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시켜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개인의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강요하고만 있는 현재의 분위기에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3. 청년은 일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일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통해서 우리는 문제를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을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전자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며, 후자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피해자로 청년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이렇게 이분법적 관점으로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가지 관점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문제는 언제나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다시 사회 문제로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 흐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오히려 새롭게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근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하지 않는 것인가, 못하는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벗어나 ‘일 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일본의 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궁금하다면 이것만은 명심해주기 바란다. 지금 당신이 일하는 것은 스스로를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닦으며,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라는 것을.


이 이야기는 책에 나온 청년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생기는 것 / 일한다는 것은 이어지는 것 / 생활의 일부 /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 / 막연했던 꿈을 실현해 주는 것 / 사회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 즉, 일이라는 것은 관계를 향한 나아감이며,  누군가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4. 무업사회, 해결방법은 있을까?

우리는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많은 구직자들이 센터를 방문하는 공통된 목적은 ‘자신감 키우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도 마찬가지이지만 다양한 기관에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개인의 역량을 강화시켜주기 보다는, 구직자와 기업과의 매칭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근본적 문제의 해결 없이 결과만 도출하려다 보니 1년 이내 퇴사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의식의 변화를 행동의 변화로 이어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와 함께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제도적·행정적 지원입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니멀리스트/트리머’라는 두 개념이 흥미로웠습니다. 전자는 어떤 시점에서 최소한의 공적 지출을 추구하는 태도이며, 후자는 ‘정원사’라는 의미로 때로는 잔디에 물을 뿌리고 거름을 주는 등 잔디를 키우면서 정원을 가꾸는 것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데 합리적이면서도 지출이 적어질 수가 있다고 보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에 대해서 저자는 이런 의견을 보입니다.


‘실제로 지원의 확충은 해당 시점에서는 공적 지출의 증가로 나타나지만, 확실한 안정망 확충이나 노동시장에서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발휘할 수 있는 청년 세대 지원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에 비용 대비 효과가 오히려 높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5. ‘청년배당’, ‘청년수당’ 한국의 무업사회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 정책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 수당’ 정책이 생각납니다. 둘 다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로 연일 공격을 당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이들의 반응은 언론의 분위기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도 하며, 도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작은 울타리를 쳐주는 것만으로 그들이 누리게 되는 심리적 보상은 그 이상으로 보입니다. 정책이라는 것은 언제나 신중해야 하지만, 신중함이 때로는 우유부단함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개인적 의견은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닌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작은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본 후 논의를 해도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 과연 이 정책들은 미니멀리스트가 될까요 트리머가 될까요?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취업과 창업을 통해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지만,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너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거야.’라는 말은 도저히 입에 담을 수가 없습니다.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해왔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눈을 낮춰서 중소기업과 같은 도전할 수 있는 곳에서 기회를 기다려라는 말 역시 쉽게 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문제의 특징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더욱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대의 흐름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이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향’을 이해함으로써 나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 만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곧 총선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개인이 좀 더 노력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탄생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청년정책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하고 기대하게 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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