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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 문명과 야만이란 과연 무엇일까? 문명화 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더 가치있고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 인간의 내면에는 자연적인 야만의 성향과 인간적인 문명의 성향이 공존하는 것이다.
<파리대왕>은 영국 초등학교 소년들이 미래전쟁에서 원자탄의 세례를 받게 될 것을 피해 피난길에 오르고 또 무인도에 불시착한 상황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스스로 규율을 세우고 그 안에서 대장을 뽑아 문명화된 또 교육된 모습을 보여준다. 또 발언을 할때는 소라를 들고 해야 한다는 식의 나름대로 민주적인 정치형태의 모습도 보여주고 봉화를 만들어 구조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인식도 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갈등구조로는 문명화된 인간의 모습인 랄프와 야만적인 인간의 모습인 잭을 통해 드러난다. 이 아이들의 다툼과 싸움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내면을 보게된다. 어느것 하나 우월하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다 갖고 있는 인간의 내면을 말이다. 랄프는 굉장히 이성적이지만 추진력이 없기에 그에게는 늘 돼지가 필요했다. 여기서 돼지는 무기력한 지식인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랄프와 갈등을 겪던 잭은 그야말로 피를 보기 원하면서 본능적인 생활을 한다. 그를 따르는 로저 역시도 비슷한 인물로 설정된다. 유일하게 성찰적이 었던 인물은 사이먼으로서 매우 도덕적 인식의 상징이라 할 수있다.
이렇듯 <파리대왕>에서는 인간의 유형을 골고루 보여주면서 과학주의를 배격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윌리엄 고딩이 <파리대왕>을 썼던 시대적 배경을 보면, 2차대전 이후 모든 과학주의를 비판하던 시기였다. 더이상 허울좋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식은 대안이 될 수 없던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골딩은 <파리대왕>을 발표해 시대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