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밤 (4쇄) The Collection 3
바주 샴 외 지음 / 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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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아니라 그림이 주가 된 동화책을 여럿 보았고 또 그림이 주는 기쁨과 감동은 활자가 주는 것보다 때론 훨씬 깊고 넓어서 절대 버릴 수가 없다. 케롤라인 제인 처치가 그린 '사랑해 사랑해' 가 그랬고 이호백작가의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와 '문학동네어린이에서 나온 유준재작가의 '마이볼'이 그렇다. 책의 내용도 진솔하며 감동적이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 그림에 담긴 메시지가 깊고 넓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현란하고 많은 기법을 사용해서 그린 것이 아니라 그림에 작가의 에너지와 삶의 흔적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그 한 장 한 장을 보면서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에 대해, 그리고 자연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자연히 던지게 되었기에 특별한 것이다.

 

이 나무들의 밤의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어른들과 어린 아이들 모두에게 상상력과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책으로 처음 만나보는 인도의 곤드족의 마을로 들어가는 기쁨이 상당하다. 마치 현실의 문을 지나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전혀 접해 보지 못했기에 전통과 역사라고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이런 문화가 있다니라며 마구 달려보고 싶고 날아올라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인도의 곤드미술에 대해 처음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알게 된 것이지만 공예에 가까울 정도로 섬세하면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니 참 신비한 화법이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게 정말 평면이 맞나 의심이 되어 자꾸만 손으로 만져보게 되었다. 그만큼 신선하고 아름다우면서 그리고 신비로웠다. 하나 하나의 나무가 바로 작품 그 자체였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 한 장의 그림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재능, 그리고 간절함이 담겨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고려시대 몽고군을 신앙으로 물리치고자 목판을 깎아 대장경을 만든 우리 역사가 이런 마음을 담은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나무의 치유능력뿐만 아니라 나무를 신성시 여기는 모습이 한국의 정서와 맞 닿아 있어서 이질적이지 않았다. 큰 나무만 보면 둘레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천을 이어 줄을 만들고  그 아름드리 나무에 엎드려 절을 올리고 소원을 빌었던 오랜 문화를 나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거목을 신성시여기며 초월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여기는 곤드족의 문화를 그냥 비판없이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같은 동양문화라 연결고리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서양의 많은 나라에서 이미 출판된 이 책에 대한 그 곳의 독자들의 반응과 이해에 대해 괜시리 궁금해졌다. 정말 그들이 볼 때에는 목재로 쓰거나 수목원을 조성하면 안성맞춤인 큰 나무를 곤드족이 성스럽게 여긴다는 것에 대해 과연 순순히 공감할 수 있을까 싶어서이다.

 

밤에 본 나무의 모습에 대해  깊고 특별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밤의 나무는 왠지 으스스하거나 귀신이라도 나올 듯 음습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림 속 나무는 밝고 화려하다못해 스스로 빛을 내뿜는 태양과도 같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런 관점을 갖을 수가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고 동시에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 되었다. 같은 것을 보고 비슷비슷한 사고를 하도록 교육받은터라 이렇게 색다른 시각을 갖을 수 있다라는 점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귀하고 신선했기 때문이다.

 

그 곁에 쉬어가는 새들의 모습이 나무와 비교했을 때 너무 커서 이런 것이 인도의 관점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새들이나 곤충들, 동물의 머리가 나무 곳곳에 들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그 곳의 풍습이라고 가벼이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의 뛰어난 예술성, 예술혼이 느껴졌다. 생명이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보았다. 덩치가 작은 포유류나 조류, 그리고 언제 성장하는지를 눈치조차 챌 수 없을 정도로 한 번 심겨지면 죽는 날까지 그 곳에 서서 평생을 보내게 되는 나무에 이르기까지말이다.무엇보다 이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내가 느낀 것을 너도 알아야지라는 무언의

강제성이 없이 그냥 그림을 보여주며 마음 편히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문화적 수준이 좋았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말미잘과 같이 촉수가 있는 것처럼 표현한 점도 예사롭지 않았다. 이렇게 멋지고 이국적인 인도의 미술에 대해 이 책 한 권을 보며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는데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 부정적인 사회 이미지와는 극과 극이라 어쩔 줄을 모르겠다. 앞으로는 한 국가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보다 더 오래도록 그 땅에 뿌리를 박고서 그 곳을 지키고 있는 나무와 식물들,동물과 새들, 그리고 아이들을 만나보아야 겠다.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많은 땀과 노력과 혼을 불어 넣어 만든 이 작품집을 보며 인도란 나라가 그 역사만큼이나 깊이와 넓이가 큰 문화를 갖은 문화대국임을 알게 되었다.

 

그림이 참으로 아름답다!

만져보면 그 아름다움이 내게도 전해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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