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
세르주 치코티, 니콜라 게갱 지음, 이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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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때 봉사단에 입단해서 아주머니 봉사단원들이 만든 반찬들을 저소득층 배달하는 봉사를 3여 년 동안 한 적이 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산동네의 판자집을 돌면서 유독 한 집이 기덕에 남는데 그 이유는 그 집에는 다리를 저는 강아지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몇 개월이 지나면서 그 집의 사정에 대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알게 되면서 이런 집에 계속 봉사를 다녀야하나까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유는? 그 집의 주인 아저씨는 50살도 채 되지 않은 남자였는데 적은 돈이라도 생기면 그 날 밤 새도록 강아지를 때려 강아지의 울부짖는 소리가 사방을 찢어 놓는다고 했다. 돈만 생기면 소주를 사 와서 실컷 마신 후 묶여 있는 강아지의 배를 차고 막대기로 강아지의 머리며 온 몸을 피곤해서 잠이 들때까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아저씨의 입장에서는 간만에 하는 운동이나 몸풀기 정도 쯤 되겠지만 강아지는 '학대'를 당하는 처참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강아지가 다리 병신이 되었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저런 주인을 만나 마음껏 뛰어 놀기는 커녕 불구가 되어버린 채 사람만 다가가면 마구 온 몸을 떠난 불쌍한 강아지가 사는 그 집에 가는 것이 싫어졌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강아지를 학대한다는 이유로 반찬봉사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방문할 때마다 주인아저씨게 반찬을 전해 드린 후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고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으라고만 할 뿐이었다.

 

간식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혹시 아저씨가 내가 간 뒤에 강아지에게 화풀이를 할까봐 엄두도 못 내고 그냥 손으로 쓰다듬어 주기만 했는데 처음엔 몸을 떨며 불안해하던 녀석이 몇 달이 지나자 경계심을 풀고 마침내 불편한 몸으로 일어서서는 꼬리를 치는 모습을 보니 바보처럼 눈물이 났다.  강아지가  날 환영하고 반기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집에 큰 변화가 생겼다. 아저씨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딸이 기관에 맡겨져 아저씨와 분리되어 살게 된 것이다. 이유는 더더욱 충격적이었는데 아저씨는 단순히 강아지만 학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 동안 자신의 친 딸들도 무시무시하게 학대를 한 것이 아이들의 담임선생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이 정말 신뢰가 간다.

내가 이런 경험을 먼저 해 보았기에 단순히 실험실에서 만든 연구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비슷한 일들이 세상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키우는 말 못하는 개나 고양이를 재미삼아, 심심해서 습관적으로 학대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도 이와 비슷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확실하다. 다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은밀하게 하고 있을 뿐, 그의 주변에는 반드시 희생자가 있다라는 점이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본인은 술김에 한 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의 내면에 항상 이 약자에 대한 폭력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라는 점도 정말 무섭다. 반면에 작은 강아지에게 사람의 인격을 부여하고 자신의 동생처럼, 가족처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하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개가 제 주인과 성격이나 얼굴표정까지 닮아가는 것에 대한 저자의 설명에 웃음이 나온다. 

 

동물에게도 일상생활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처럼 뚜렷한 생각이란 것이 있고 제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엔 형이 내게 떠맡기다시피 한 강아지를 기르기 위해 '강아지 기르는 법'이란 책을 구입했는데 산책 시키는 법, 배변훈련을 시키는 법 등 처음 8개월 간은 아주 유용하고 요리책처럼 그대로만 하면 어느 정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자 갑자기 책에는 없는 상황들이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집을 비운 채 저녁에 들어오다가 바닥에 쉬를 흥건하게 해 놓은 것을 밟아 양말을 적시거나 내가 신문만 보려고 펼쳐 놓으면 어느새 한가운데에 납작 엎으려서는 읽으려는 바로 그 기사를 제 몸으로 가려버리는 둥 정말 심술쟁이, 떼쟁이로 돌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내가 초보라서 녀석이 날 얕잡아 보고서 말썽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해 아주 강한 체벌로 다스렸다. 겁을 주기도 하고 좋아하는 고기 통조림을 일부러 빼 놓고 안 주기도 했다. 그러니까 녀석이 점점 내 말을 안 듣고 사료도 마다한 채 하루종일 우울하게 엎드려 지내게 되었다.

 

그 때에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말을 걸었다.  

가까이에 가서 이름을 불렀다.

처음 몇 번은 반응도 없었는데 다섯 차례 가까이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불렀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 다음엔 '좋아해'라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곧바로 고개를 제 몸 깊숙이 묻고서는 눈을 감아버렸다.

 

아!

나한테 몹시 삐쳐있구나...

나에게 서운한 것이 있나보구나 싶어서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닭고기캔을 사료와 함께 부어서 코 앞에 내밀었다. 그런데도 잠깐 고개를 들어 확인만 할 뿐 좀처럼 먹지를 않는 것이었다. 먹지 않고 웅크리고만 있는 녀석이 신경이 쓰이면서 화해를 하고 싶어졌다. 미안하다고 했다.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여러 번 말하는 나를 녀석이 고개를 들어 쓱 한 번 쳐다봤다. 그 때부터 우리는 내가 녀석의 발을 잘못 밟았을 때에나 녀석이 싼 오줌을 내가 밟고 화를 낼 때 서로 미안하다는 것을 꼭 표현하게 되었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다른 강아지들을 대하는 태도가 내가 어린시절 친구들을 몹시도 좋아했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정말 나와 살면서 사회성이나 운동을 좋아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작은 일에도 잘 토라지는 단점까지 나를 닮아가는 녀석은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녀석의 심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한 편으론 한 번도 연구대상으로 삼아보지 않은 나 자신의 심리를 비춰 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통찰력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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