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 - 전5권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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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천만 부가 팔린 책이 이 지상에 몇 권이나 될까?

그런데 크리스티앙 자크라는 이 고고학자가 쓴 작품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미래세상에 대한 예언자적인 관점에서 쓴 '레프트 비하인드'는 지속적으로 쓰여져 현재 10권까지

국내에 소개가 되어 있고 이 소설이 팔린 양이 몇 천만부에 이른다.

 

두 소설의 공통점은?

우선 어마어마한 스케일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배경이 과거와 미래라는 서로 다른 곳이지만 고대 이집트는 현재의 미국보다 훨씬 더 막강한 부와 권력을 자랑하며 전 세계에 그 명성을 떨쳤고 지금도 그 고대 이집트가 가졌던 문명에 대한 신비를 다 풀지 못하고 있을만큼 그 역사와 문화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거기에 일반사람과 다른, 왕와 왕비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다보니

판타지도 그냥 판타지가 될 수가 없다. 제한이 없는 세상이랄까, 극한의 개념이 바로 여기에 딱 어울릴 듯 싶다. 못하는 것, 안 되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없다. 막대한 물자와 풍부한 노동력, 거기에 엄청난 주술력까지 겸비한 제국의 제왕이니 '신'이나 다름없는 전능자인 것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그래서 바로 이 점,

인간이되 신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이집트의 왕에 관한 흥미진진한 ,

그러면서도 그 막강한 권력자가 갖은 고민과 갈등, 왕권에 대한 도전과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절대고독의 외로운 삶까지 보통의 샐러리맨들이 다람쥐처럼 사는 비소한 현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스케일이다.

 

소설의 전개가 이집트의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고 있고 그 근방의(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웃나라들까지도 등장하기때문에 당시의 세계지도와 역사, 그리고 구약성경을 아는 지식이 있다면 훨씬 즐겁게 읽을 수 있다. 흔히 나라의 흥망성쇠를 쥐고 있는 것은 지도자의 덕목과 통치력에 달렸다면 이 이집트왕은 거의 자신이 하늘, 곧 자신의 뜻이 곧 신의 뜻이라는 통치철학을 갖고 있는 셈이라

동양의 역사와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인물의 성격이나 등장하는 모습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아왔던 것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 정말 상상만 해도 즐겁고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을만큼 출중한 미남과 미녀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매력과 대화 속 신경 전을 읽고 있으면 솔직히 설렘과 긴장감을 느낀다. 마치 내가 그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한 인물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흠이 있고 악한 구석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결코 그 매력적인 상대를 과감히 버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긴장감을 더 높이는 것 같다. 장미처럼 화려하고 향기가 그윽하면서도 어딘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독을 머금고 있는 이 묘한 인물들...

정말 위험천만하면서도 한 번은 직접 대면해보면 어떨까 싶은 매력이 넘친다.

 

스토리를 이렇게 저렇게 엮어가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집트를 무척 자랑스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같다. 소설 속에 묘사되는 이집트의 풍경들과 자연들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으면 정말 세상에 이처럼 광할하면서도 아름답고 싱그러운 땅이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진짜 대자연이란 이런 것일까 싶은 마음으로 우러러보게끔 자신의 나라를 묘사하고 소개할 수 있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집트를 진짜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보여서 작가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고 더 만나길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이런 대단한 필력을 갖춘,

상상력과 스토리창제에 모두 뛰어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감동,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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