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7 - 원조 마산 아귀찜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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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의 아귀의 본고장은 부산인 줄만 알았다. 왜냐하면 부산의 이모댁에 놀러갔다가 처음으로 살이 많고 비린내도 안 나는 매콤한 아귀찜을 먹어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귀의 출발이 마산이었다니 어디 가서 아는 척 했다가 망신만 당할 뻔 했는데 이 정도만 알아도 큰 수확인 것이다. 그런데 마산이 패쇄적인가 싶은 인상을 받을 정도로 원조 할머니의 협조는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을 정도로 박했다. 취재를 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진하게 다가와서 아귀찜의 진수를 보고 싶었던 기대와 달리 어렵게만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끝에는 뭔가 비법이나  특별한 재미있는 기사거리가 있으리라 기대하며 보았는데 끝내 지독한 마산 원조할머니의 고집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려 아쉽다. 

 

81화- 어리굴젓을 보며 간월도가 어디 붙어 있는 섬이더라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아무런 지도가 나오지 않아 궁금증만 더 했다. 이런 경우엔 책 옆에 작은 지도라도 그려주면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불만'이 생긴다.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사진을 찍지 말라며 손을 카메라에 갖다 대는 굴 캐는 아주머니들의 모습보다는 허리가 굽은 채로 한 번 갯벌에 들어가면 점심도 거른 채 어둑어둑 해지기 직전 작업이 끝나서야 허리를 펴고 곧장 저녁밥을 지으러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고된' 하루 일과였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나는 본능적으로 이 노래를 싫어한다.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슬퍼서이다. 그런데 역시 이 어리굴젓 편에 나오는 분위기도 엄마와 두 아기가 나온다. 그 중  동생이 굴만 보면 얼굴에 양념으로 도배를 해 가며 굴 한 통을 다 먹어버린다. 그것도 모자라서 진수의 가슴에 와락 안겨서는 '엄마 냄새가 난다'며 좋아한다.  

 

이 정도 되니 왜 지능이 아이에서 멈춰버린 그 동생이 엄마를 그토록 그리워할까 어리굴젓 맛보다는 그 쪽이 훨씬 궁금했다. 고향 쪽으로는 발걸음도 하지 않는 형의 냉정함도 굴만 보면 엄마 생각을 하는 동생도 모두 살아 있는 실존 인물인 것만 같았다. 특히 라면에 어리굴젓을 넣어 파는 그 가게를 갑자기 비워야하는 사건 뒤엔 건물주의 검은 계략이 숨어 있다는 점이 갑자기 '타짜'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는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비린 냄새도 반찬 냄새도 모두 어머니와 연결시키면 갑자기 고향의 냄새로 바뀌어 자식들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아마도 어머니의 고귀한 사랑과 희생 때문이겠지만 세상을 살면서 그 어머니만큼 나를 사랑해 준 분이 어디 있겠는가!    

굴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어리굴젓의 어머니와 두 아들의 이야기 때문에 간월도에 가면 어리굴젓도 꼭 사 가지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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