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4 - 김치찌개 맛있게 만들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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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가는 대중음식점에서 맛 볼 수 없는 귀한 ‘은대구’요리가 2008년이 막바지에 이른 요즘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구도 귀한데 은대구를 먹고 싶다면 삼청각에 다시 가야하나?


그 래서 더욱 66- 대구에 관심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흡사 어디선가 들어본 스토리가 나오니 내심 속은 기분도 없지 않았다. 여름향기에서 심장이식을 받은 여자가 그 심장의 주인이 사귀었던 남자랑 사랑에 빠진다는 그 이야기처럼 주인공이 대구를 좋아하던 심장기증자의 고향에 찾아가 이곳 저곳의 대구를 먹어보아도 항상 ‘2% 부족해!’ 라며 얄미운 의미심장한 소리를 해 대는 통에 그 마을 대구음식점 아주머니의 자손심을 팍팍 긁어 놓다가 마침내 그 죽은 심장기증자의 어머니가 끓여준 대구를 먹고 완벽하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난다는 결말은 역시 개운치가 않다. 하지만 대구의 시원한 모습과 그림에서 보여주는 음식점거리는 무척이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14 권에서 가장 탄복할 만한 것은 68-김이었다. 김이 이렇게 복잡하고도 사람의 정성을 먹고 탄생하는 지는 꿈에도 몰랐다. 특히 지주식과 부류식으로 나뉘어 생산되는 김 양식장의 모습은 정말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서해안에서 질 좋은 김을 생산하기 위해 김 양식이 그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 힘들게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왜 일본관광객들이 한국에만 오면 그 흔한 김을 사가느라 난리를 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서로 품질 좋은 김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업자들끼리 치열하게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하며 양식업자들이 실패를 한 후 마지막까지 남은 한 가정에서 기르는 김에는 절대로 파래가 끼지 않는다는 점까지 매우 사실적이면서 현장감 넘치는 현지의 모습을 보았다.

 

쉽고 편하게 돈을 버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이 먼, 그래서 어리석다는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한 그 험한 '일'을 노부부가 즐겁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에서 행복을 찾고 풍요로움을 찾아 처와 자식을 먼 타국에 보내 놓고 홀로 지쳐가는 '기러기가장들'이 떠올랐다. 나는 아직도 세상살이를 몰라도 한 참을 몰라서 그런지 가족이란 아무래도 같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다투는 애환을 고스란히 한 통에 얽혀 돌아가는 삶을 나누는 것이어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강한 바람이 불수록 더욱 강해지는 가족의 연대의식이 너무나 아름답고 숭고하게 다가왔다.



너무 편하게 아무렇게나 밥에 싸서 먹고 간장에 찍어 먹고 기름에 구워먹는 김 한 장을 산지에서는 바람 좋은 곳에 한 장 한 장 발에 널어 말리다가 강풍이 불자 다시 돌아가 흩어진 그 김발을 주워주는 모습은 왠지 마음을 찡하게 했다. 어민들이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 만드는지 처음으로 그 모습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생겼다.  


편하게 봉지를 뜯어 아무렇게나 구겨 먹을 수 있는 하찮은 음식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향기를 맡아가며 먹는 것이 제대로 먹는 것이라는 것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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