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3 - 소고기 전쟁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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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만화라고는 하지만 연결해서 읽지 않아도 처음 잡은 한 권 속에 들어있는 5편의 이야기에 매료되는 데는 결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다. 만약 내게 전 22권 중 단 한 권만 뽑아달라고 한다면 물론 갈등은 되지만 나는 이 3권-소고기전쟁을 용감하게 선택하겠다. 이유는 1권의 어머니의 쌀도 무척 깊이 있고 소중한 가치를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잘 보았지만 한국인으로서 쌀만큼이나 아니,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땀과 눈물을 함께 훔치며 마음 깊이 남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소(牛)이다.




15화의 비육우편을 보면 농촌에서 일하는 소를 찾으러 성찬과 진수가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닌다. 마마백화점의 정육을 납품권을 따내기 위해서. 하지만 난 늙은 농부 앞에서 당신의 하나 밖에 없는 소를 자신에게 팔라고 권유했다가 보기 좋게 혼쭐이 나서 쫓겨나는 성찬의 모습과 함께 멍에를 매고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며 좁을 길을 걷는 한 마리의 누렁소를 보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게 그려졌는데 성찬이 기르던 소를 도살장으로 보내는 바로 그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는 절대 미물이 아닌 것 같다. 단순히 단백질섭취거리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 농촌에서는 재산목록1호이자 고단한 삶에서 말없이 순순히 대신 짐을 져 주는 유일한 식구이다. 이 영화 식객과 만화 식객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쩌면 영원히 정육코너나 고기집에 가면 그 새빨간 소고기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며 좋아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풀을 베어다가 쇠죽을 끓여 먹이고 머리와 가슴을 다정하게 쓸어주고 눈을 맞추고 말을 하며 3여 년을 같이 붙어 지내는 동안 소는 이미 짐승도 고깃덩이도 아닌 동생 같은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주인을 마음을 읽을 줄 알고 말귀도 알아듣는다. 무엇보다도 제가 죽을 줄 알면서도 그 큰 눈으로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차갑고 피비린내 나는 무서운 도살장으로 가는 외길을 주인의 뜻에 따라 걷는 그 뒷모습을 보면 인간의 탐욕이 저 아름다운 생명을 영원한 죽음으로 보내는 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서 나는 영화 식객은 다시 안 본다. 중간에 벌떡 일어서서 나오고 싶었던 것을 간신히 참고 끝까지 보았던 그 고통을 다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만화 식객은 그 보다는 마지막 도살장 가는 장면이 좀 더 간략하게 그려져서 안도의 한 숨을 쉬며 다시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소를 생각하면 가슴 한 쪽이 아리다.




11-아롱사태부터 14- 소매상품 만들기에 이르는 에피소드들은 과히 소고기로 맛을 내는 그 현란함에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숯을 만들기 위해 그런 엄청난 노력과 힘이 든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단순히 등심, 안심, 사태 등 고작 서너 가지 아는 소고기부위를 엄청나게 많은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끔 공부도 되었다. 그러나 역시 이 3권에서는 인간의 미각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맛, 소고기의 맛에 대한 재미보다는 인간과 함께하는 소(牛)라는 동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생명으로 대해야할 동물이라는 것, 함께 살면 행복함과 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다정한 생명체라는 것에 대해 일깨워준 식객의 잔인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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