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2 - 진수성찬을 차려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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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 시댁에 시집을 온 새댁이 처음으로 김장을 했는데 자신의 고향인 충청도식으로 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Thanks Pa라는 제목을 보고서 양파와 파의 그 파인 줄 알았는데 Father을 의미한다니 6권의 ‘마지막 김장’에 나오는 실물 같은, 퍽이나 잘난 체하는 광대뼈가 압권인 며느리하고는 사뭇 대조적인 풋풋하고 귀여운 며느리를 보았다. 사실, 6권을 보면서 무조건 집안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기가 쎈 그 여자를 보면서  2권의 감사할 줄 아는 며느리 쪽이 그리워졌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하고 매너가 좋은 시아버지가 촌사람인 며느리의 가족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 보여 준 그 넓은 아량은 남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참으로 귀감이 될 만했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 고집도 세어져 조금만 자신의 취향을 거슬려도 쉽게 분노를 표출하기 마련인데 절대로 자신의 입맛을 내세우지 않고 잔뜩 위축 된 아들과 며느리를 앞에서 칭찬해주고 그 미숙함을 보듬어 준 것은…….흔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아버지께서도 이런 넓은 마음을 보여주면 하고 속으로 기도만 할 뿐이다.


[대령숙수]에서 
운암정의 존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봉주가 너무나 저돌적이고 탐욕스럽게 그려졌다. 영화와는 내용이 다른 부분이 많아서 오히려 재미가 있는데 대령숙수에 대해서, 순종 이후에 마지막 대령숙수의 후손들이 어떻게 살게 되었는지도 무척 궁금했다. 짧은 지식이지만 고종 때 러시아공사관을 통해 들어온 커피(coffee)는 고종황제가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커피전문상궁들을 둘 정도였고 일제에 의해 상궁들이 모두 궁 밖으로 쫓겨 나갔을 때 생계를 위해 연 것이 한국 최초의 다방(원두커피전문점)이라고 한다. 역사와 결합된 식객은 그래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일화를 좀 더 알려준다면 훨씬 재미가 더할 것 같다.




[고구마]에서는 영화에서 본 것보다 감옥 안의 스잔함과 사랑받지 못했기에 가슴 속에 온 통 미움과 원망으로 한이 새겨진 한 사형수의 속내가 가깝게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버렸지만 아들을 위해 늘 숯같이 검은 가마솥에 찐 고구마를 넣어두고 아들이 와서 먹고 가길 기다렸던 그 불쌍한 어머니의 사랑이 검은 가마솥처럼 투박하지만 따뜻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자식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눈물과 아들에 대한 끊을 수 없는 모정을 느끼며 사형당하기 마지막 밤에 그 고구마를 먹는 아들을 보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 어머니가 해 주신 음식이라고 대답하는 이유를 가슴 저리게 느낄수 있었다. 고구마가 지금처럼 간식거리가 아닌 허기 진 아이가 온 종일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식사라는 점에서 못 먹고 못 입었던 우리의 과거가 훨씬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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