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6 - 마지막 김장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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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솜씨 좋은 어머니께서 만드셨지만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부터 가장 먹기 싫은 것이 있었다. 바로 '김치'이다. 내 식성은 성장한 후로도 별로 변하지 않아서 지금도 김치엔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

26화 마지막김장이란 제목을 대했을 땐 ‘아! 바로 나와 같이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들 이야기구나’ 라는 예측을 했는데 정말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웃음이 나왔다.


무엇보다 한국인이라면 ‘김치’는 꼭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어야한다는 아버지의 고집 때문에 올해도 어머니께서는 이웃 아주머니들이 어느 회사에서 한다는 ‘김장투어’의 이야기를 꿈나라 이야기로 여기시고 온 가족을 총 동원해서 우여곡절 끝에 이틀에 걸쳐 김장을 담그셨다.



그래서 나 역시 김치도 잘 안 먹는 내가 김장에 동원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괴롭다. 마지막김장에 등장하는 광대뼈가 도드라지게 솟고 바람머리를 한 성질 괴팍한 큰며느리의 모습을 보면 끔찍하게 싫다가도 그냥 편리하게 김치공장에 주문해서 사 먹자는 ‘합리적 주장’을 강단 있게 펼칠 때엔 박수를 보내고 싶은 야릇한 이중성을 느꼈다.



특별히 큰며느리의 모습을 보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지 제가 혼자 결정하고 주변사람들의 의견은 묵살하기 다반사에 서슴없이 명령하고 뜻대로 되지 않았을 시엔 불같이 화내는 모습에서 실제 모델이 분명히 있음을 짐작한다.


그런 여자가 남편의 무단가출에 180도 달라져서 재래시장에 가서 직접 김장재료를 사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여 온 집안 식구들의 김장을 마친다는 이야기는 어딘지 좀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지만 김장을 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싸우고 틀어지고 감정이 상해서 먼저 집에 가 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모여 앉아 김치를 담그느라 부족한 마음과 힘을 모으는 모습은 역시 ‘가족’의 질김과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개성 있는 3대의 가족들이 모여서 만드는 김장이라 리얼한 캐릭터까지 등장하고 심리묘사까지 뛰어나서 그 면에서 참 재미있게 보았다. 혹시 허영만작가의 아내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그런데 식객에 등장하는 그림에 자주 ‘황성주생식’이 나오는데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뭣하고 그래도 사실 궁금하다. 허영만작가가 황성주생식을 좋아하는 지…….

작가가 기르는 개 이름이 찰스라는 것은 기억하는데 생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개고기는 절대 안 먹는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27화 구룡포이야기는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조금 과장된 것 같다. 포항에서 과메기를 실제로 구워 먹어보았는데 그냥 ‘꽁치구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명태를 말린 황태를 상상하고 꽁치의 변신이 과메기란 상상을 하고 먹어보았더니 많이 실망이 되어 tv에서 아무리 선전을 해도 현직대통령의 제 2의 고향이라 해도 다시 돌아보게 되지는 않는다.



역시 직접 산지에서 경험한 것이 어떤 음식에 대한 인상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아무리 좋게만 얘기한다고 해도 이미 각인된 지식을 지우기엔 좀 더 집중적인 취재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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