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그때 꿈이 나를 움직였다 - 청소년을 위한 최정화 교수의 파워 멘토링
최정화 지음 / 다산에듀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처음 보고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혹시 내가 만났던 그 외대교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고 직접 만나 본 사람이 쓴 책을 대하는 기분도 꽤 신선해서 즐길만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 재미로 한 번 훑어 볼 요랑으로 시작했지만 내심 점점 이야기 속으로 잡혀 들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 간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유학생활의 애환을 닮은 책 들을 보아왔지만 이 번엔 단지 자화자찬 식의 전개와 달랐다.

 

동시통역사로서 교수로서 성공하기 위한 비법을 담은 것도 아니다. 자기 세계 안에 갇혀서 백군 띠를 머리에 두르고 1등을 목표로 밤잠을 안 자며 이겨보겠다고 폼 잡는 한국의 우물 안 개구리들에게 그 너머에 펼쳐져 있는 넓은 세계를 보는 눈을 열어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다.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산다고 자신을 소개한 외대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99년 이었다.

 
어문학과학생도 아니었고 더더구나 졸업 후 진로로 통번역을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어 관심도 없었던 내가 최정화교수의 세미나에 간 것은 순전히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토요일 오전이었지만 그 쾌청한 날씨 속에서도 역시 예상대로 많은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 무슨 얘기를 할 것인지에 기대를 갖고 집중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럽에 갔던 것이 복이었는지 화근이 되었는지 나는 대학시절 내내 죽어있는 오래된 옛 것만 낡은 노트에 적어 와서 대충 읊고 나가버리는 전공 교수님들에 대해 진절머리가 날 대로 나 있었던 차에 대학원은 적어도 진정한 연구를 한다는 서구권으로 갈 희망에 날마다 밤을 새우던 시절이었다.

 


그 세미나에서도 영어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나가 주제였는데 정작 최교수는 그 요란스런 플래카드에 씌여있는 주제를 한 참 벗어난 자신이 다녀보고 만나 본 세계의 다양함과 재미, 충격 등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쏟아내었다.

 

역시 이 책에서도 자신의 다양한 경험들을 무지개색으로 넓게 쫙 펼쳐놓았다. 우리와 다른 문화와 역사, 가치관을 갖고 있는 동,서유럽의 여러 나라들, 동양권과 이집트까지 최교수가 갖다 온 문명권과 도시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방대해서 part3(너의 꿈을 펼칠 세계무대를 상상하라)에 가서는 부러움과 탄식에 마음이 상할 지경이었다.

 

많은 유명인들을 만난 것은 그다지 부럽지는 않았다. 반기문총장이나 토니 블레어총리, 마에스트로 정명훈, 김연아선수, 가수 비 등 직접 식사를 함께 하며 장시간 함께 앉아 사적인 이야기까지 나눌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배움의 기회로 인식할 뿐, 하지만 일 년에 런던을 서너 번 이상 오간다는 사실은 분명히 '특혜'에 가까운 일이다. 내 주변엔 7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갖다 온 한 노교수가 늘상 그 옛날의 미국이야기로 주변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다. 본인이야 일생에 한 번 그 자유롭던 유학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커서이겠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금 한 참 지나간 옛날의 미국 이야기는 더 이상 아무런 효과도 의미도 없는 한 개인의 '추억'일 뿐이다.

 

반면 최교수의 이야기는 불과 몇 달 전의 영국의 모습과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적시성이 뛰어나고 현실성을 느낄 수 있어서 큰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특별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그가 몹시도 부러운 것이다.

 

최교수가 주장하는 영어를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는 직업 상 하는 빈 말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왜냐하면 최교수의 세미나에 참석했을 당시 나는 이런 질문은 대략 이러했다. " 영어에 대해 관심도 있고 리스닝은 잘 할 수 있는데 스피킹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한다고 하는데 왜 영어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요?"

 

그의 대답은 지금도 기억이 남는다." 학생은 정말 말에 대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군요! 이것은 립 서비스(lip service) 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학생같은 사람은 영어를 수업이나 교재에 매달려 하기 보다는 스스로 영어문화권에서 온 사람과 접촉해서 말을 하는 기회를 늘리면 훨씬 빨리 영어를 한국어처럼 논리적으로 하고 싶은 의도대로 할 수 있게 될 것이예요, 그리고 학생의 목소리가 참 좋군요!"

 
그 대답은 영문학과 교수 한 분과 많은 학생들 앞에서 나에게 한 공식적인 '칭찬'이었기 때문에 타과 학생에게 이토록 진지하며 친절하게 답변을 하는 최교수에게 관심이 쏠린 것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질문을 한 내게 관심이 쏟아져서 가뜩이나 숫기가 없는 나는 주변이 의식되어 모자를 더 깊이 눌러쓰느라 긴장이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도 여전히 밝고 긍정적으로 학생의 대답에 최선을 다 해 길을 인도하는 최교수를 발견했다.

 
영어를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이유는 세상에 주목을 받는 인물들이 자신의 모국어 외에 서너 개의 외국어를 어느 수준 이상 할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의 그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통역'을 하게 되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언어는 연구해야하는 학문이 아니라 자꾸 연습해서 나의 생각, 의사, 감정 등을 상대방에게 가장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도구'라는 점에 갖은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앞으로는 한 가지의 직업으로 정년퇴직을 할 수 있는 느린 세상이 아니라 적어도 일생동안 3가지 정도의 직업을 바꿔가며 살아야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점도 통찰력 있는 주장이다.

  아마도 최교수는 여러 나라를 다녀보면서 급변하는 선진국의 사회상을 국내에만 머물고 있는 나보다는 훨씬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단지 감만 잡은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확신에 찬 근거를 들수 있는 것이리라!

 

20대에 파리로 출발 하루 전 비행기표를 어머니께 빼앗겨 꿈을 접을 위험을 통과,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파리의 통번역대학원 입학시험도 못 치르고 번역학부에 들어가서 입학시험자격을 얻느라 고생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실화이기 때문에 현재의 성공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한 교수의 성공담이 아니라 그가 모험과도 같은 그 미약한 출발을 어떻게 용기를 갖고 대처했는지, 그 역경의 고비마다 건널 수 있게 해 준 꿈이 무엇이었는 지를 잘 보여주었다.

 

사는 것에 목을 매지 말고 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 이미 남들보다 너무 뒤쳐져 있다고 좌절하는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삶의 너무 많은 짐에 눌려있다고 주저앉아 있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도 꿈은 갖을 수 있고 그 꿈을 갖는 자에게 문은 반드시 열릴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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