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6 - 두부대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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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라서 만만한가?

그 긴 역사만큼 어느 음식보다 대단히 재미있는 것이 바로 이 두부다!


음식솜씨가 뛰어나신 어머니께서는 매일 직접 요리를 해 주신다. 재료부터 소신과 까다로움을 갖고 고르시기에 하루걸러 사는 두부도 대기업제품들이 아닌 이름도 생소한 강릉초당두부만 꼭 사오셨다. 덕분에 올 봄엔 마트에서 '우수고객'으로 뽑히셔서 온 가족이 강릉의 초당부두공장에 직접 견학을 가게 되는 행운도 누렸다.



정동진에 가면 강릉초당두부의 음식점이 있는데 거기 가서 처음 먹어 본 순두부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순두부를 시켜놓고 당연히 뚝배기에 끓여져 나오는 얼큰한 그 맛, 바로 고춧가루와 바지락도 들어 있고 위에는 계란노른자가 반 쯤 익어가는 상태의 그 순두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 앞에 당도한 순두부는 겉과 속이 모두 흰 눈처럼 하얗기만 했다! 그것도 형태가 반듯하지도 않고 몽글몽글 포도송이가 뭉쳐져 있는 모양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순두부가 몹시 낯설어서 손도 대지 못하고 있자 눈치 빠른 강원도 아줌마가 옆으로 와서 "서울 손님들은 순두부 달래서 가져다 주면 처음엔 다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하지만 우리 강릉에서는 순두부하면 바로 이렇게 뜨거울 때 양념장에 찍어서 먹는 이 하얀 두부를 순두부라고 하지요."



그제야 순두부에도 서울식과 강릉식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만들어서 곧 먹는 뜨거운 순두부의 맛은 정말 두부 그 자체가 이렇게 고소하고 씹을수록 자연의 맛이 난다는 것을 처음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식객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식은 사진으로만 알 수 없고 직접 먹어봐야 그 진 맛을 아는 법인데 이 두부를 위해 직접 새벽에 차를 몰아 강릉까지 가서 견학하고 먹고 만나 본 사람들을 책에 다 실었다는 점에서 현장감이 살아있다.



실제로 강릉 초당마을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나는 책 끝부분에 나오는 음식점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우리 가족이 들어갔던 바로 그 음식점의 내부구조가 그대로 그림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혹시 허영만작가도 우리와 똑 같은 곳에서 두부를 먹지 않았나하는 호기심이 왕성하게 발동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음식의 재료선정과 만드는 방법 등을 자세히 싣는 것은 동아일보에 연재할 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확연히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망둥어를 다룰 때 등장한 함민복시인, 그 함 시인과의 만남은 이 책이 만화가 아니라 에세이인 줄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리얼하면서 감동을 주었다. 시 한 편 쓴 값을 고작 3만원 밖에 쳐 주지 않는 것에 마음 상하다가도 그 돈을 가지고 기름을 사면 한 겨울 따뜻하게 방을 데울 수 있다며 감사해하는 시인의 가난하면서도 솔직한 태도에 시집을 언제 샀더라는 기억을 더듬으면서 마음 한 편이 찡하게 미안해졌다.


특히 환갑이 넘은 작가와 그 친구들이 캐나다로 '가출여행'을 떠난 것은 무척 흥미롭고 너무나 리얼해서 그 대자연의 진풍경에 대한 동경도 동경이지만 자유를 위해 떠나서 영어도 통하지 않고 매 번 한식을 해 먹으며 외국인들과 불화와 소통을 반복해가는 그 별난 여행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역시 가공의 인물과 달리 실존인물은 그 맛부터가 다른 가보다!


재미있게 보았는데 음식 만드는 법은 글쎄.....!!!!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실제사진과 기록물들이 담긴 취재수첩도 무척 현장감과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있어 재미있게 보았는데 만화가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이 무한한 상상력과 어뚱함이 대세였던 어린 시절의 만화와는 경향이 사뭇 달라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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