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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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 정용준 작가의 <선릉 산책>, 장강명 작가의 <알바생 자르기>의 여운이 짙게 남는다. 필용과 양희가, 공원을 걸어다니던 한두운이, 중간관리자 은영과 알바생 혜미가 오래도록 내게 남아 물음을 던질 것만 같다.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대답을 하려고 할까.

37~38p. <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부끄러워서?"
양희가 필용에게 물었다. 여태껏 한 적 없는 질문이라는 것이 여기 있었다. 필용과 양희는 마주보았다. 밤이라 얼굴은 거의 지워졌어도 거기에는 양희의 눈이 있었다.
"미안하다. 심한 말 해서."
필용이 사과했다.
"선배,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
양희가 돌아서서 동네 어귀의 나무를 가리켰다. 거대한 느티나무였다. 수피가 벗겨지고 벗겨져 저렇게 한없이 벗겨져도 더 벗겨질 수피가 있다는 게 새삼스러운 느티나무였다.
"언제 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끄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

125p. <선릉 산책 - 정용준>
한두운은 주정낮아 무릎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물속에 얼굴을 집어넣고 숨을 참는 사람처럼 그는 잠겨 있었다. 나는 그의 머리카락에 묻은 흙과 오물을 털어내고 어깨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안정시켰다. 그의 몸은 떨고 있었다. 묘한 떨림이었다. 몸이 떨고 있는 게 아니라 몸속 깊숙한 곳에서 엔진이 작동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뒤 나는 그것이 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두근두근 뛰는 게 아니라 고장난 기계처럼 두두두두 뛰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물속에서 시체를 끄집어 올리는 심정으로 그의 겨드랑이에 손을 껴넣어 들어올리려 했다. 한두운은 두 손으로 나를 밀치며 스스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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