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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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이색작품! 추리보다 모험으로.

요코미조 세이시- <삼수탑>

 

오래 전,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버스카글리아는 그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에서 사랑학을 강의했습니다. 만국 공통의 언어이며 유사 이래 인류가 가장 먼저 느꼈을 감정이며 사회 및 인간의 절대적 존재 법칙 중 하나임에도 사랑이 학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논리를 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문들이 논리를 통한 결론도출로 그것을 체계화시키는 반면, 사람에 따라 그 깊이와 감정의 흉폭이 다른 사랑만큼은 학문화시키기도, 또한 논리화시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로 시작을 했죠?



 

요코미조 세이시는 일본미스터리에서는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입니다. 책의 띠지에도 보이지만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라고 적혀 있죠. 물론 이 부분 때문에 요코미조 세이시의 유족과 약간의 분란이 있었다고 하죠. 어쨌든 일본에서도 긴타이치 코스케는 소년탐정 김전일(긴타이치 하지메)의 할아버지로 통합니다. 그런 긴타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시공사에서 벌써 여덟 번째 작품이 나왔네요. 몇몇 출판사에서 나왔던 혼징살인사건까지 합치면 아홉 번째이군요.(너무 오래 전 나왔던 삼중당문고본이나 기타 오래 전 것들은 일단 제외하고요.)

 

 

잠시 줄거리를 긁어올까요?

 

 

욕망과 죄악이 얽힌 최악의 연쇄살인이 시작된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 『삼수탑』. <악마의 공놀이 노래>와 함께 1950년대 후반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 이 작품은 1955년 1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잡지 <소년구락부>에서 연재되었다. 이후 영화로 한 번, 드라마로 네 번 제작된 이 작품은, 사건 사고에 집중한 스펙터클한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백억 엔에 이르는 유산 상속을 두고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용의자로 의심받는 주인공 오토네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로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먼 친척인 겐조가 백억 엔에 이르는 유산 상속인으로 자신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오토네. 단 상속을 받기 위해서 겐조가 지정한 수수께끼의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 그러던 중 오토네의 정혼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이에 유산은 오토네를 포함한 겐조의 혈육에게 나눠주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유산 상속이 예정된 친척들이 차례차례 살해당하고, 오토네는 용의자로 의심을 받는다. 그녀는 이 참극의 뿌리를 확인하기 위해 삼수탑으로 향하는데…….

 

 

 

위에서 언급된 이야기지만 오토네라는 여주인공의 1인칭 서술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시작에서 그는 악마 같은 남자를 거부할 수 없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는 프롤로그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녀가 도착한 삼수탑을 바라보며 그녀는 백억 엔의 유산을 둘러싼 거대한 다툼에 휩쓸리고 말았죠. 그것을 밝혀가는 이야기입니다. 중간에 백억 엔이 백 엔으로 오타가 나오는 통에 쿡, 웃고 말았습니다. 백 엔에 목숨 걸고 싸우는 모습이 상상되었거든요.

 

지금까지 소개되었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 본격에 가까운 미스터리물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오히려 루팡에 가까운 모험물입니다. 많은 살인이 등장하지만 그것보다 모험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해결보다는 주인공의 행적과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탐정인 긴타이치 코스케 역시 더벅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사건에 열중하기보다 갑자기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는 구원자의 역할이 강합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보았던 작품과 약간 배치됩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하다면 팔묘촌 정도일까요.

 

소설의 해설에서도 언급되는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요코미조 세이시가 한창 대중작가로 다작을 하던 시기에 쓰여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본격보다는 서스펜스와 모험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전개시키려했던 것 같습니다. 즉, 논리보다는 재미를 좇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만국공통의 언어인 로맨스를 깔았습니다. 제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서평 서문을 시작한 이유도 그것입니다. 약간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은 내가 마음을 빼앗겨버린 남자를 살인자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으로 여주인공은 이 살인자를 사랑합니다. 그것도 한 눈에 반해서. 종국에 이르러 모든 사건이 해결되었을 때 그것 역시 사랑이 부른 파국이란 걸 알게 되는 비극은 안타깝지요. 역시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작품과 달리 제목으로 사용한 [삼수탑]이 별다른 장치나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팔묘촌에서 지하 동굴이 그 자체로 대단한 장치 역할을 했던 것에 비해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죠.

 

그에 반해 재미있는 점도 있습니다. 늘 긴타이치 코스케를 무능하거나 피를 부르는 탐정 따위로 보여줄 때가 많았는데 주인공인 오토네는 마지막 부분에서 칭송에 가까운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부분이죠.

 

한국에서 전통적인 요코미조 세이시 팬이라면 조금 다른 반향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반면, 한두 번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접해 그의 단면만을 보았던 팬이라면 별로 아냐,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랑이 뭘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는 계기는 될 것 같아요.

아, 결말!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엉뚱한 결말 아냐, 하실지도. 반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봉합의 의미가 강하거든요. 그렇지만 이 소설도 다른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처럼 잡으면 시간 훅, 갑니다. 기왕이면 밤에는 읽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밤 새고 난 뒤 눈 밑에 다크서클 달고 출근할지도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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