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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평점 :
책을 덮었다. 나는 슬프거나 감동을 받아도 펑펑 울지 못한다. 영화를 볼 땐 눈물을 주륵 흘려버리지만 그 외의 감동에서는 눈물 대신 소름으로 공감한다. 그 소름의 잔여가 책을 덮은 지금도 내 몸에 남아 오돌거리고 있다. 박웅현'강창래의 <<인문학으로광고하다>>를 만난 뒤.
솔직히 이 책과의 만남을 리뷰로 생생히 그려낼 자신이 없다.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마디 한 마디가 감동이었고 버릴 수 없다. 내가 느끼는 전율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이 책을 슬며시 건네주며 읽은 뒤에 대화가 이루어질 것 같다. 오랜만에 맞은 혼자만의 시간, 하루를, 나는 온통 그들과의 만남에 투자했다. 한 챕터만 더 보고 일어나야지, 라고 생각하며 넘기고 넘기던 종이가 이미 끝을 향해 있었다. 물리칠 수 없었다.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평이하지만 가슴 깊이 물들인 광고들이 대부분 박웅현 ECD의 지휘 아래 창조된 것들이었고 그에 얽힌 이야기들과 그의 생각이 발걸음을 묶어버렸다. 시인한다. 그는 날 매료시켰다. 그렇게 되도록 강창래가 도왔다. 대단한 자들이다.
PP.162~163)
말해봐 잊어줄테니 Tell me and I will forget
보여줘봐 기억해줄테니 Show me and I may remember
감동시켜봐 이해해줄테니 Involve me and I will understad
그와 그의 팀이 만든 광고들이 '감동시켜봐 이해해줄테니'를 이룩했다면 박웅현과 강창래과 세상에 놓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감동받았다 그들에게매료될테다' 일까. 별거 없는 말들 속에서도 난 박동치는 가슴을 부여쥐고 한 장의 종이를 넘겨야했다.
그 소중한 대화 속에서 특별히 메모해둔 부분이 있다.
p.150)
사람들은 메모때문에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메모가 많아질수록 기억해야할 것은 더 많아진다. 어떤 내용의 메모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많은 메모를 들여다볼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메모는 그것을 다시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돕기 위한 것일지 모른다. 메모는 기억하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언제 어떤 이유로 어디에 메모를 했다는 것부터 기억에 도움이 된다. 그러고보면 그의 기억력이나 판단력은 '좋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미쳐서 미친' 결과다.
길을 걸으면서도 광고 간판을 놓치지 않고 '사람을 향하는' 광고를 만들려는 그의 '일상생활 잘 해내기'는 감동이었다. 창조적인 생각을 하라, 는 지극히 추상적인 말들과 달리 나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생각의탄생>>p.74)은 쉽지 않을 테지만 부딪혀야겠다는 의지가 자라났다. 그렇게 이끌어준 강창래의 힘도 녹록지않다. 시기적절하게 편집된 인용구들을 통해 그 인용구가 담긴 책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 인터넷서점에서 뒤적거리며 장바구니에 담아보니 10~20만원대가 나왔다. 시대를 읽고 현대에 걸맞는 지식인을 만난다는 것이 이러한 기쁨일까. 아직도 키보드의 키들이 미세한 떨림으로 내 귀와 내 가슴으로 전달이 되고 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책을 만났다, 라는 확신이 선다. 이책은 몇번이고 내 손을 타고 낡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평소 그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그를 찬양하지도 않았다. 내 정서와 의지가 책을 통해 박웅현과 아울러 그를 그려내준 강창래와 소통이 이루어진 것 뿐이다. 어떠한 이는 이 책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각 독자의 공감대가 다른 것일뿐. 횡재했다, 는 뿌듯함이 가득한 휴일이다. 가슴이 톡, 열려 숨 쉴 수 있던 하루다.
마지막으로
박웅현이 건넨 인생지침 하나.
p.254)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결정한 일은 더 이상의 대안이 없는 것처럼 집중한다. 설사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이루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나
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