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눈물 - 한니발보다 잔인하고, 식스센스보다 극적인 반전
라파엘 카르데티 지음, 박명숙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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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키아벨리는 사상적으로 영역을 가르기 힘든 학자이다. 그는 유명한 군주론의 저자로서 ‘군주는(지도자) 뱀과 같은 교활함과 사악함을 지녀야 한다'는 통치술을 생각하던 학자였다. 이러한 통치술이 도덕적으로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전제로 주장하였다. 이와 더불어 군주(지도자)는 국민을 때때로 속일 줄 알아야 된다고까지 이야기할 정도였다. 이러한 사상을 마키아벨리즘이라고 한다. 그의 사상은 다른 학자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을 논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는 기본적으로 공화정을 지지했고 자유주의자로 분류되었다. 다만 마키아밸리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는 절대적인 군주를 지지하여 평화로운 시대를 원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 마키아벨리의 젊은 시절이 ’마키아벨리의 눈물‘에서는 픽션이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 여자를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무서운 상관 밑에서 복종하며 때로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위험을 자처하는 등 당시 젊은이의 모습을 띄고 행동하는 마키아벨리의 모습은 현대젊은이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스릴러란 장르는 독자에게 얼마만큼의 긴장감을 줄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된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보면 이 ‘마키아벨리의 눈물’은 합격점을 가졌다. 이 소설은 시종일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15세기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던 피렌체의 모습은 겉으론 화려해 보이나 그 속은 상당히 부패하고 어지러웠다. 여러 정치적 상황들과 전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해져 갔고 정치인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시민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행동하였다. 소설의 도입부는 어느 3류화가의 끔찍한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왜 죽어야하는지 모른 채 잔인하게 고문되고 살해된 화가의 모습은 앞으로의 전개내용을 예고하듯 생생하게 그려졌다. 당시 피렌체의 상황은 극심한 혼란기였다. 피렌체를 다스리던 메디치가가 몰락하고 공화정이 세워졌으며 프랑스왕국에 치우친 외교로 나폴리왕국과 베네치아공화국, 로마 교황청과 갈등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혼란기속에서 교황청과 대립하는 사보나롤라가 시민들의 추앙을 받게 되고 그와 대립하는 공화정원로들이 생기면서 피렌체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태로 돌입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은 시민들을 한층 더 불안하게 만들고 광기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주인공인 마키아벨리는 공화정의 회의를 기록하는 서기로서 처음에는 사건의 중심부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음모에 의해 이 복잡한 사건에 참여하게 되고 곧 걷잡을 수 없이 휘말리게 된다. 계속되는 살인사건과 이 살인에 숨겨진 이면을 알기위해 뒤쫓는 마키아벨리와 친구들의 모습들로 독자들은 손에 꽉 움켜쥐고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 앞서 전개되었던 내용들이 모두 하나로 모여들어 큰 줄기를 이루게 된다. 무엇보다도 실제 역사속의 인물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긴장감을 한층 더 높여주는 장치 역활을 한다. 이는 또한 픽션이 아닌 실제상황과도 같은 효과를 불어넣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긴장감과 더불어 곳곳에 유머러스함을 배치하여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들어 버렸다. 중세시대의 이탈리아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이를 뒤쫓는 자의 추격전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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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프루프
에릭 윌슨 지음, 김진선 옮김, 알렉스 켄드릭.스티븐 켄드릭 원작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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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그는 대단히 훌륭한 소방관이며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영웅으로 그들에게 각인된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사람들이 남편을 왜 영웅이라 부르는지 잘 느끼지를 못한다. 그녀에게 있어 남편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홀대하는 못난 존재일 뿐이다.

파이어프루프에서 주인공 캘럽과 캐서린은 7연차된 부부이다.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을 하였지만 결혼생활은 그들이 생각하던 것처럼 아름답고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알아가면서 서로 간에 실망이 심해져가고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틈이 너무 커져버려 이혼을 캐서린이 제안했을 때 캘럽은 그것을 수긍하려 했다. 그러나 캘럽은 아버지의 간절한 조언을 받아들여 40일 동안 그녀를 위해 노력하기로 해본다.

연애와 결혼은 다른 것이며 결혼생활은 현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연애시절 서로가 좋은 연인이었다 할지라도 결혼이라는 현실에 맞닿으면 서로 간에 몰랐던 부분을 보게 되고 실망도 하고 싸움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완전히 다른 타인과 함께 산다는 일이 마냥 쉽고 아름다울 리는 없겠지만 결혼이란 단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의 시작이라는 낭만을 꿈꾸게 만드는 것 같다. 책 속에서 캐서린과 캘럽은 결혼할 때 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이 서로 누구보다도 잘살 수 있으며 행복해질 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의 차이, 배려의 부족 등으로 인해 골이 생긴 것이다. 예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란 책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는 애초에 여성과 남성은 마치 다른 별에서 사는 사람들인것인냥 서로 간에 이해할 수 없는 벽이 있다고 한다. 남자들은 좋은 행동이라 생각해서 여자에게 배려해도 여자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놀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코웃음을 치게 된다. 작품 속에서도 캘럽이 사랑의 도전에 적힌 내용대로 그녀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만을 생각한 것이지 진심으로 캐서린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아까워서 아내가 좋아하는 꽃이 아닌 값이 싼 안개꽃으로 대신하고 그녀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자 물건에 화풀이를 하는 모습은 캘럽이 확실하게 캐서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일은 힘든 일이나 그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캐서린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행동을 비판하는 모습에서 같은 행동이라도 남자와 여자의 생각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캘럽은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종교를 진심으로 믿게 된다. 이 부분에서 조금 갑자스러운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전까지 하나님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서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장면이 조금 더 설득력 있게 그려졌으면 캘럽이라는 인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마지막부분에서 캘럽은 자신의 진심을 깨달으면서 캐서린에게 단순히 의무감만이 아는 마음으로 다가서려 하는 모습은 ‘이 남자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설령 결혼을 했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작가는 캘럽이란 인물을 통해 잔잔하게 보여준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되는 결혼이란 서로 간에 존중이 기초되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생활이 될 것이다. 캘럽과 캐서린이 다시 결혼식을 올리며 예전일을 반성하고 서로간의 마음을 다지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하였다. 극적인 갈등요소나 독특한 세계관을 지닌 소설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감동을 주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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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3
마이클 셰이본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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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명탐정이라 불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탐정은 얼마나 있을까? 그동안 많은 작가들이 일명 명탐정이라 불리는 인물을 창조해냈지만 그들 중 기억되는 탐정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렇게 소수의 유명한 탐정들 중에서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셜록 홈즈이다. 과학적수사와 냉철한 관찰과 시니컬함을 가지고 있는 이 탐정은 다른 심리적수사, 인간적인 수사를 하던 탐정들과는 차별화를 이루며 급 유명세를 이루었다. 이 셜록홈즈는 실존하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실존하는 사람처럼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캐릭터이다. 그 인기는 코난 도일이 셜록홈즈의 죽음을 그려내자 팬들의 엄청난 탄원으로 다시 살려낸 일화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또한 일본 유명만화인 명탐정 코난 역시 주인공이름이 아서코난도일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며 인물의 모티브역시 셜록홈즈를 삼은 것을 보면 셜록홈즈의 인기란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대단하다는걸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어렸을 적 셜록홈즈 소설을 보느라 밤을 새웠을 정도로 그의 이야기는 매력 있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새로운 홈즈의 시리즈가 제작된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셜록홈즈 최후의 해결책’은 나이가 들어 호호할아버지가된 셜록홈즈가 신비한 소년과 앵무새로 인해 다시 사건해결을 나서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아서코난도일의 셜롬홈즈 시리즈를 각기 다른 작가들이 저마다의 해석으로 셜록홈즈를 그려내는 시리즈중 3번째를 차지한다.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가 민첩하고 냉철하며 과학적 수사를 바탕으로 추리를 하는 명탐정이었다면 이 책의 셜록홈즈는 벌꿀을 제조하며 집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성격이 약간 괴팍한 할아버지로 나온다. 여전히 그의 머리는 사건에 대해 긴밀하게 돌아가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없듯이 몸은 나날이 녹슬어 간다. 한가로이 벌꿀을 제조하며 죽음이 찾아오길 바라던 그에게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흥미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은 말을 하지 않는 유대인소년과 특이한 말을 하는 앵무새와 만나게 되면서 셜록홈즈에게 있어서 다시금 생의 열정을 불태우게 만든다. 그러나 셜록홈즈가 발빠르게 수사를 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리란 예상과는 달리 사실 본편에서 셜록홈즈의 탐정으로서의 활약은 그다지 나오지 않는다. 또한 사건 그자체를 중시하기 보다는 한적한 마을에서 생활하는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저 특이한 유대인 소년과 만남이후 홈즈의 삶이 조금 활기차지긴 하였으나 그는 여전히 벌꿀을 제조하며 시간을 보낸다.

잔잔한 노년의 삶을 보내는 홈즈의 모습을 마이클 셰이본은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해 나타낸다. 마이클 셰이본의 문체는 그림을 그리듯이 자세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을 자아내는 묘사를 주로 쓴다. 때문에 독자들은 쉽게 이미지를 그릴 수 있으나 이런 문체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거북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소설은 한가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라는 조금은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전개지만 사건에 치중하기 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세세히 그려내어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셜록홈즈의 노년기를 일상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우리의 명탐정 셜록홈즈가 말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년과 앵무새가 그의 인생과 어떻게 엮일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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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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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파도를 타는 소녀

 

제발 내말을 들어주세요는 한 순간의 실수로 마을 안에서 가십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디에나 램버트라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디에나는 오빠 대런과 자동차안에 있었던 순간을 아빠에게 발각되고 그 이야기가 마을에 퍼지게 되면서 사람들의 눈총을 사게된다. 디에나라는 인간의 본질을 보지 않고 그저 소문의 내용으로서 판단하고 자신들의 즐거움과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디에나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고 재생산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최근 사회이슈가 되었던 악플로 인해 자살한 연예인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악플러들은 흥밋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소문을 증식시키고 피해자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즐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나게 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소문이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소문의 대상인 사람에 대한 은밀한 내면을 보는 것 같아 끊임없이 그것을 추구하게 되고 탐구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디에나 역시 이러한 사람들의 비틀린 호기심 속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간다. 주위 사람들은 디에나가 남자를 좋아하는 헤픈 여자로 무시하고 경멸한다. 그러나 디에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였기 보다는 단지 자신이 어딘가에 소속되길 원하는 약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해고된 뒤로 집에서는 자신이 있을 곳이 없어졌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본 토미에게 무조건적인 집착이 생겨난 것이다. 토미와 함께 있음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소속감을 느낌으로서 안정감을 되찾으려 했던 것이다. 다만 토미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비틀린 관계는 아버지에게 발각됨으로서 끝나게 된다. 이 후로 디에나는 사람들은 물론 오빠를 제외한 가족들에게 상당한 상처를 받게 된다. 자신을 제대로 보아주지 않고 그저 헤프고 말썽만 일으키는 문제아로 바라보는 시선에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파도를 타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면 내면으로 침체한다. 몇 년이 지나도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토미와의 만남, 친구들과의 갈등을 겪게 되면서 디에나는 상처로부터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성장을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소속되길 원하면서도 마음속 경계선을 넘지 못했던 주인공이지만 어느 순간 상처를 치유하고 좀 더 밝은 세계로 나아가길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다른 이와 관계를 진실하게 유지해야함을 깨닫게 된다. 진실한 관계를 원한다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소설 속에서 디에나는 자신과 관계된 사람은 자신을 진정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필사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한다. 하지만 관계를 일방적인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서로가 제대로 바라보며 이해할 때 유지되며 돈독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디에나가 그들과의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기 때문에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게 된 것이라 본다.

이 소설은 사람들의 경멸적인 시선 속에 절망하는 한 소녀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지 천천히 보여준다. 디에나의 관점에서 때로는 절망하고 혼란스러워 하면서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았을 때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디에나는 이제 진정한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설사 마을사람들이 여전히 그녀를 오해한다고 해도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길을 나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도망치지 않고 리와 화해하기 위해 학교로 가던 디에나의 마지막 장면은 앞으로의 삶을 암시 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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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1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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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는 미스터리를 표방한 경찰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런 경찰들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보여주는 가족소설으로도 볼 수 있다. 이들 안조집안의 세이지, 다미오, 가즈야, 이들 3대에 걸쳐서 2건의 의문사와 할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파헤치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미스터리가 주를 이루기보다는 경찰들의 세세한 상황들을 설명하면서 일본경찰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이 소설은 미스터리소설이기는 하나 그것이 주를 이루지는 않는다. 보통 추리소설이라 하면 연쇄살인이나 의문사와 같은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보통이나 경관의 피에서는 사건을 추적하기보다는 경찰관으로서의 임무를 맡다가 끝부분에 가서야 선대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우연히 찾게 되면서 사건을 추적한다. CSI와 같은 과학수사가 아닌 오로지 당시 사람들의 증언과 얼마 없는 증거품들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겪게 한다. 특히 세이지와 다미오 시대의 사건수사방법은 지금으로선 볼수 없는 방법으로서 오로지 탐문의 역할이 커서 경관으로서 어떻게 증인들로부터 진실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부각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지금도 그러하듯이 노숙자나 부랑자들의 죽음은 유야무야 처리되는걸 보면서 시대가 아무리 발전하여도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죽은 사람이 공원에 사는 남창이 아니었다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렇다면 세이지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이들 집안의 삶이 좀 더 평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흔히 있는 일이라 치부하고 공안의 압력과 바쁜시대상황 때문에 경찰청은 수사본부를 해산한 뒤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로지 세이지만이 자신의 책임을 실감하며 조사를 착수한다. 주인공들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좋아하는 탐정이 아니다. 수많은 경관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안조세이지는 주재소의 경관으로서 자신이 관할하는 구역에 의문사가 발생하여 그 사건을 추적한 것뿐이었으며 심지어 다미오는 공안경관으로서 노동조합에 잠입수사를 펼치기도 한다. 작가는 일본경관들의 모습을 무척이나 사실적이게 그려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구조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정속에서의 아버지의 모습과 사회 속에서 경찰로서의 아버지의 모습 등을 동시에 그려 그들의 고뇌와 망설임, 후회 등을 자세하게 서술하였다. 비록 세이지는 다미오가 어렸을 때 죽었지만 그의 훌륭한 경관으로서의 자세는 다미오의 마음에 각인되어 무척이나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어쩌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죽었게 때문에 그의 모습을 미화하여 자기 마음대로 아버지를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경관으로서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은 아버지를 위해 다미오는 그의 죽음을 파헤친다가 놀라운 결과를 알게 되고 결국 그 또한 납치사건에서 아이를 구해다 순직하게 된다. 소설은 이 3건의 의문사를 알듯알듯하게 서술한다. 무엇인가 실마리를 주다가 싶다가도 주인공은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사건은 암흑 속에 가라앉았다가 다음세대에게 넘어가는 패턴을 보인다. 이러한 3부작 구성은 앞장에서 그냥 지나쳤던 인물들이 뒤에서는 중요인물로 부각되는 등 소설을 집중하게 하는데 한층 힘을 실었다. 때문에 독자들은 앞부분의 의미 없이 지나쳤던 인물들이 후반에는 중요인물로 부각되거나 스쳐지나가버린 말들이 결정적 단서가 될 수가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된다.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다미오와 가즈야의 관계였다. 다미오는 공안경관시절 계속된 잠입수사로 불안한 신경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보통경찰로 복귀하게 되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때문에 알코올중독과 더불어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상태에 빠지게 돼버렸다. 가즈야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광폭함에 놀라 그를 진심으로 증오하였고 부자사이의 관계에 골이 생겼다. 다미오가 아무리 다가서려해도 상처받은 마음을 쉽게 풀지 못하였는데 이는 다미오가 주재소의 경관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서서히 회복한다. 예전에는 주정뱅이에 폭력적인 아버지였지만 점차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자 가즈야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다시 보게 된다. 다미오는 세이지를 훌륭한 아버지로서 생각한 반면 가즈야는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인해 나중에서야 아버지를 인정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어린 시절 아버지의 행동에 따라 부모를 어찌 생각하게 되는지 아이들은 후에 어떻게 크게 되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매력적이면서도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탐정이 아닌 그저 다른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경찰들처럼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보통의 경관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며 시민을 보호하거나 사건을 처리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의 경찰모습을 나타낸다. 이 책은 추리가 별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단숨에 읽어내려갈정도로 흡인력 있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가슴에 무척 와 닿아서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아이들은 항상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당당하고 자부심있는 길을 걸어가야 함을 새삼스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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