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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전통
에릭 홉스봄 외 지음, 박지향 외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7월
평점 :
"만들어진 전통"
전통이란 국가와 민족 사회와 가족등과 같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해 오는 의식과 같은 문화적 유산을 통칭한다. 우리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민족, 국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을 국가경계가 확고한 지금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전통으로 알고 있는 많은 전통이 국민의 통일성을 위해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저자 에릭 홉스봄은 말한다.
만들어진 전통의 대부분은 유럽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통하면 영국 왕실을 빼놓을수 없다. TV 에서 익히 볼 수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화려하고 거대한 행사를 생각해 보자. 영국에서는 천년의 전통이라며 이를 예찬한다. 그러면 영국의 시민들은 오래된 전통을 찬양하며 국가에 대해 더 충성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지구상 어느 나라도 빼놓지 않고 갖고 있는 국기, 국가들이 언제 만들어 졌을까? 이 역시 19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대부분 만들어졌다. 이것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통이 만들어진 원인은 근대 국가의 성립과 관련이 있다. 과거 18세기 전에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은 봉건 사회였다. 국가는 왕에 대한 국민들의 절대적인 충성심 하에서 다스려 졌다. 하지만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산업 경제가 도래하면서 국민들은 점차 성장하게 되었고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로서 민주주의, 국민 국가가 탄생하였다. 이후 세계 2차 대전을 거치면서 구성원들은 위기를 느끼기 시작하고 부족함을 채워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정부 또한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충성, 복종심을 필요로 하였다. 여기서 국가는 국민들을 통일시킬 수 있는 것이 필요했고, 전통을 만들어 냈다. 즉 국민들의 충성심을 국가에 연결 시키기 위한 연결고리로 전통을 택한 것이다. 초등교육부터 이를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면서 정부는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화했다. 전통은 현재의 필요에 의해 정치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이러한 예는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12세기 이래로 7세기 동안 천황은 형식상의 존재로 실권도 미비하였다. 그라나 메이지 유신에 들어서면서 지도층은 천황이 고대로부터 절대적인 존재였다고 전통을 만들어 내었다. 이는 천황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충성심을 강화시켰다. 이는 세계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지금도 일본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저자는 만들어진 전통의 다양한 예를 찾고, 이를 단순한 우기기가 아니라 논리적 근거를 갖추어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이런 실증적 전개를 통해서 우리는 이에 대해 공감하고, 저자가 말 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만들어진 전통만을 강조한 나머지 치우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아무리 정부에서 전통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해도 완전한 새로운 것이 전통이 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공감을 얻어야 전통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우리는 이 전통이 실제 전통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리가 만들어진 전통을 의식, 무의식 중에서 공감하였다는 말이다.
어떤것이 진정한 전통이고 무엇이 만들어진 전통인지, 나의 나라에는 어떤 만들어진 전통이 있는지 궁금 하다면 이 책을 읽어봄직 하다. 이를 통해 원하는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