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코멘터리 에디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아마도 내가 여자이기에 적지 않게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았나 싶다. 나와 같은 82년생 김지영씨의 삶이 내 지금과 같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닮은 점을 찾을 수 있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곤 했다.

따지고 보면 내 어머니와 같은 시대에 여자로 사셨던 분들의 삶이 더 아프고 슬펐을 것이다.
묵묵히 견뎌내야했던 그 긴 시간, 억울해서 분해서 가슴속에 한처럼 멍울진 응어리늘 지닌 채 어느새 늙어버리신 어머니는 "배워야한다, 죽을때까지 배워야한다. 여자는 특히" 라고 말씀하셨다.

그저 가난한 시절 접어야했던 배움의 갈망이라고 생각했던나는.. 여자의 일생이란 노래를 구슬프게 부르시던 어머니의 고단한 삶에서 탈출할 유일한 방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나는 아는 게 많아질수록 답답해졌다.
아는만큼 더욱 잘 보여서 상처 받는 게 많아졌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모르고 살았으면 세상과 마주할때마다 쏟았던 눈물과 한숨이 적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었다.

한 화분에 동시에 두 개의 씨앗을 심고 똑같은 햇빛과 물을 머금고 자라게 해도... 막상 두 개의 싹은 똑같지 않고 그들이 키워낸 열매 역시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모두가 행복하면 그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결과는 제각각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마치 신의 영역에서 부리는 어떤 힘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위로해본다.

알면서도 슬픈 건...
앞으로 향해 걸어가자면서 자꾸만 뒷걸음치는 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82년생 김지영>이란 이 책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는 모두에게 같이 앞으로 나가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조심스런 목소리일수도, 우렁찬 목소리일수도 있겠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누군가에겐 읽고 난 후 긍정의 횃불로, 또 누군가에겐 부정의 횃불로 타오르겠지만... 결국 모두 자신의 내면의 외침을 듣게 했으리라.

딸과 아들을 키우는 나는... 아이들이 살아가야할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다짐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이미 뽀족하게 굳어버린 거대한 돌덩어리를 억지로 강한 힘으로 부숴버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흘러가는 시간이 주는 자연의 힘을 빌려 서서히 깍아내리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까?

무엇이 최선인지 쉽게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다 좋은 세상이 되도록 나만의 방식으로 노력하리라고 다짐해본다.

마지막으로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치뤄야하는 통과의례가 되어버린 82년생 김지영씨를 병들게 하는 원인들과 더불어.. 모든 사람을 아프게 하고, 화나게 하는.. 사회의 부조리한 많은 것들이 제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변화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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