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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버드의 어리석음 -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 세사람 이야기라는 말처럼 이 책속의 인물들은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했지만 그들은 한 때 세상을 뒤흔들었었고 지금은 잊혀져버렸다....
처음 책을 읽기 전 목차를 보며, 그래도 한 두사람은 알겠지 하는 생각은 여지없이 깨졌을 정도로 이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단 한명 이름이 익숙했던 딜리아 베이컨도 프란시스 베이컨이란 아주 유명한 철학자(윤리시간에 "우상"이라는 단어로 인간의 특징을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로 표현했던 사람정도로만 기억할 뿐이다..)의 이름때문에 익숙했을 뿐 그와는 아무 관련이 없던 사람이었다..
정말이지 이 책속의 13인은 아주 철저히 잊혀져 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평범하게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이 사는 시대에 잠깐이나마 세상을 뒤흔들었으나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철저하게 버림받았던 사람들이었다.
첫번째 인물인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는 아버지를 기쁘게하기위해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위조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바보취급하는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위해 오래된 종이와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잉크를 사용하여, 여러날 글씨를 연습하여 위조작품을 만들고, 그 문서를 보고 기뻐하던 아버지를 위해 계속해서 위조를 하던 바보같으면서도 똑똑했던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위조작품을 사려고도 했고, 결국엔 위조작품을 위조하기까지 했던 이야기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번째 인물은 윌리엄 헨리가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사기를 쳤던 것과는 달리 철저히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유럽인들이 잘모르는 곳에서 온 사람이라 속였던, 사기꾼 조지 살마나자르였다. 수사회소속 대학을 다녔으나 수업에 흥미를 잃고 결국 대학에서 쫓겨나 부랑자처럼 다니다 자신이 만든 언어로 이야기를 하며, 결국엔 모든 사람을 상대로 포모사에서 온 사람이라 속이며 다녔던 사기꾼.. 결국 사기임이 밝혀지고 다시 여기저기를 방황하며 살다 회고록을 내어 모든 비밀을 밝히지만 결국 자신의 본명은 밝히지 않았던 살마나자르의 인생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어서 만난 사람은 앞의 두명처럼 사기꾼은 아니었다. 다만 시대를 잘못만난 예술가 존 밴버드였다. 그는 3마일에 이르는 엄청나게 긴 미시시피강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에 장치를 하여 움직이는 파노라마를 만들어 정말 많은 돈을 벌었고, "밴버드의 어리석음"이라 불리던 웅장한 성을 지어 호화롭게도 살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모방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떠나갔으며, 결국 그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의 작품마저 어디 다른 집의 방열재로 쓰였는지 어딘가에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채 사라져버린 불운의 예술가였다. 만약 그의 작품을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방하는 것을 막았더라면 움직이는 파노라마의 시초로 기나긴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 외에도 지구안이 텅 비었다고 주장하며, 북극인가 남극에 지구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있다고 주장했던 심스나 프랑스 최고의 과학자로 퀴리부인이 방사선을 발견하였던 것처럼 N선이라는 방사선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르네 블롱들로, 악기만 있으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솔레솔언어를 만들었던 프랑수아 수드르, 웰치스에 밀려 이름을 알리진 못했지만 미국에 콩코드포도라는 것을 보급하였던 이프레임 불, 아무도 모르게 뉴욕시에 땅을 파서 시청앞에까지 이르는 기압지하철을 만들었던 엘프리드 엘리 비치,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박은 옷을 입고다니며 지금은 익숙하나 그 당시엔 낯설었던 연기를 하였던 로버트 코츠와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병에 효험이 있는 파란 빛을 주장하였던 오커스터스 J. 플리즌턴 등등 시대를 앞서갔고, 자신이 발견한 것을 지나치게 믿음으로써 이론까지 발표하였던 한때에는 과학자였고 한때엔 유명한 예술가들이었다.
지금은 잊혀진 기압 지하철이고, 수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교통수단의 개발이라는 점에선 엘프리드 엘리 비치는 크게 기여를 했고, 수화처럼 배운 사람들 사이에서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악기를 통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솔레솔 언어를 만들었던 프랑수아 수드르도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개발권이 보호되는 시대에 살았더라면 이프레임 불은 여전히 기억되는 사람일테고, 부정부패한 정치가만 없었더라면 실제 도입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기압지하철이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다른 의견들에 밀려, 그리고 시대의 불운함에 의해 완전히 잊혀져 그저 평범한 사람 아니 실패자로만 기억되는 몰락을 겪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