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데미안, p123, 민음사
너무나 유명한, 곳곳에서 인용되는 이 문장을 다시 읽게 된 소중한 기회! 헤세의 또 다른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처럼 여타의 성장기 소설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저 '새'는 비단 성장기 때만의 나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고 '알'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깨뜨려지게 될, 단지 어른이 되는 누구나의 통과의례를 가리키는 것도 아니었다. '압락삭스'라는 신에게 날아가는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둘러싼 고정관념, 편견, 절대가치로 여겨지던 것들을 다르게 생각해 보고 비틀어 보려고 투쟁해야 한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려 있던 두 도둑의 마지막 모습에서 더욱 '도둑다운' 도둑에게 공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닐 수 있기를 간절히 요구해야 한다.
중학교 1학년때 나의 국어선생님께서 해마다 <데미안>을 읽는데 읽을 때마다 느낌과 감동과 생각할 거리들이 달라진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인생의 반을 실고 있는 지금 나에게 <데미안> 같은, 나를 끊임없이 깨우치고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대상이 없어졌다는 데에 슬픈 마음 한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