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은 마치 상상 속의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듯 마음 한 구석을 설레게 하면서도 고요하고 차분하다. 색채는 자극적이거나 강렬하지 않으며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예리하고도 날카롭다. 해지는 노을녘을 바라보고 책더미 위에 걸터 앉은 중년 신사의 뒷모습은 어딘지 모를 쓸쓸함과 연민을 느끼게 하고, 누군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책장 사이로 삐져나온 혀는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그림을 보는데 있어서는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다. 그리고 한계도 없다. 그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상상하고 느끼면 된다. 그것이 아마도 그림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기 전 글을 먼저 읽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과연 책 장의 뒷면엔 어떤 그림이 있을까를 머릿 속으로 생각해봤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는 그림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 실제로 그림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글들도 많았다. 그림을 그린 이의 심중이야 나같은 독자가 정확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한 것이겠지만, 어쩐지 그림과 글 사이에 괴리가 있어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몇몇은 정말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그림을 이야기하는 글들도 있었으며, 내가 미처 잡아내지 못한 부분을 이야기해주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책에 함께 실린 글은 또다른 누군가의 생각일뿐 거기에 구애받으며 그림을 감상할 기회를 놓친다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은 보는 이에게 상상을 통하여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림마다 등장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책들은 책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그러기에 책그림책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자,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책과 함께 상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 준비가 되었다면 그 첫 장을 넘기자. 그러다보면 어느새 책을 타고 지붕위를 날아올라 책과 함께 하늘과 달을 향해 자유로이 꿈과 상념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상상해보라,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