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은 어디에나 있다.

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나는 수많은 김지영들에게 둘러싸여 살아왔다. 나보다 몇 살이나 차이가 나는 부모님들을 상대하며, 정확히는 '엄마'들을 주로 상대하며 나는 김지영을 떠올렸다.

 수많은 차별과 가사노동, 혹은 회사일을 감내하는 그들은 나에게 김지영으로 보였다. 그리고 시대가 지나도 이 굴레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 유치원이 끝나고 매번 데리러 오는 사람은 엄마였고, 데려다주는 사람 또한 엄마였다.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나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그리고 마치 소설이 아닌 한 편의 리얼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다. 3인칭의 시점으로 김지영씨의 삶을 소개하는 무덤덤한 문체는 오히려 나와 내 주위의 여자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보다 8살이 많은 김지영씨와 나의 삶이 별반 다를 바 없을을 느꼈다. 여자가 조심해야지,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서 결혼하는게 최고야. 이 말은 세 자매의 첫째인 내가 엄마에게 수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10대까지만해도 당연히 그런 줄만 알았고, 그 말이 차별이었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았다. 김지영은 어디에나 있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 후 돌아오는 이야기는 반반으로 나뉘었다. 여자들은 '너무 내 이야기같아'라는 반응이었고, 남자들은 '이 정도는 아니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확연히 엇갈린 남녀의 후기를 들으며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이면 김지영은 자신의 그림자를 딛고 저 하늘로 훨훨 날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