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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ㅣ 두레아이들 그림책 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최숙희 그림, 김은정 옮김 / 두레아이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읽어도 좋고, 몇번을 다시 읽어도 좋을 작품이 이른바 명작이라는 것이다. 세계명작들을 언제 가장 많이 읽었을까?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중학생 때? 그래. 그 때였다. 소설의 작은 문구 하나에도 눈물 짓던 때가. 정수리에 일침이 가해지는 것 같은 따끔함과 심장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과 같은 아픔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었던 글들에 고스란히 감동을 받았던 때는.
그 때의 그 감동은 어느덧 세월이 지나면서 잊혀졌다. 하루하루 사느라고 바빠서, 애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머리를 반쯤 비우고 심장에 철판을 두르고 그렇게 살았나 보다. 하지만 문득문득 허전한 마음은 감풀 수가 없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 이렇게 불현듯 또 삶의 의미에 대한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광풍처럼 휘몰아치면, 순식간에 한창 인생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고 아파하던 그 때의 나로 돌아가 버린다. 참으로 변한 것이 없다. 긴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나는 왜 사는지, 무엇을 쫓고 있는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한심한 어른이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새롭게 출간된 톨스토이의 이야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개개인에게 던지는 작품이다 이 이야기를 맨처음 읽었던 것은 종교적 색채가 짙은 톨스토이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어느 책을 통해서였다. 사실 그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사람에겐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맘에 땅에 대해 욕심을 내며, 더! 더 많이!를 부르짖던 사람이 결국 죽어서 자기 키만한 크기의 땅에 묻히고 만다는 허무한 결말이 충격이었던 것 같다.
이제 아이 둘을 둔 엄마가 되어 다시 읽어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전혀 새롭다. 오히려 내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그 이야기보다 거 폐부를 찌른다. 주인공 시묜이 구두 수선 값을 받고 외투를 사러 가다가 어느 교회 옆에서 벌거벗고 떨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미하일이라고 불리게 된 이 청년이 구두수선공으로 시묜과 지내면서 어떻게 세 번 웃게 되는가.. 하는 이야기다. 반전이 있고, 그에 따른 감동이 있다. 아주 단순하고도 단순하여 이게 진리인가 의심되기조차 하는 그런 감동.
딱!! 무릎을 쳤다.내가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 답이 내 안에, 내 인생에 있다고 믿었다. 내가 사는 이유가 나에게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믿고 있던 신에게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였으나 답은 쉽사리 보이기 않았다.
우습게도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 안에 답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이 해답의 열쇠를 쥐고 있었으니, 내 안으로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찾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미하일은 마지막으로 세번째 진리를 발견하고, 신의 오묘한 섭리에 미소지었다. 당장 눈 앞에서 발견할 수는 없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하는 질문은 어쩌면 아주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다.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사람은 바로 토 앞에 죽음이 닥쳐도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나약한 생물이다. 하지만 이런 희미한 안개속에서 우리의 모호한 삶에 등불이 되어주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이것이 생의 의미로 나에게 되돌아 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 잘 먹고, 더 잘 사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웰빙이다.. 여행이다..문화생활이다.. 꼭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처럼 삶의 외관을 치장하는 데에 바쁘다. 하지만 그들 중 어떻게 해야 정말 잘 사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색해 본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마르처っ낮?내일 먹을 빵을 별로 걱정하지 않는, 오늘을 사는 우리는 모두 신경쇠약증에 걸려버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 같이 쫓기며 사는 우리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질문에는 치명적으로 약하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요?
당신은 무엇으로 살고 있나요?
+ 어린이용 책으로 만나는 느낌이 새롭다. 글이 많아서 미취학 아동은 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의 아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나 권할만하다. 또한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상을 받은 작가의 그림이 무척이나 예쁘고 정겹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으면, 러시아인들은 서양인들이면서도 정서적으로 동양인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최숙희씨의 그림에서 역시 그런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 개인적으로는 마르처ぐ?시묜이 데리고온 젊은이에게 독설을 내뿜는 그림이 가장 좋다. 사람의 말이 때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할 수 있는 독이 된다는 것. 아이들이 이 그림을 보고 말의 무거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앞서 썼듯이 정확한 독자층이 따로 없는 책이다. 어른, 아이 모두 책을 읽은 후 제각각의 감동을 얻을 것이다. 엄마와 아이가 같이 보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