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내 혈관 속을 돌아 그 밑에 깔린 부패한 시체들 위로 흐르고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 있다. 있을 수도 있는 많은 내일을 품은 채로, 그렇다, 지금 세운 여러 계획들은 내가 죽고 나면 산산조 각 나버리거나 미완성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나는 육체적으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없고, 오로지 정신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만 선 택할 수 있다. 죽음이 28세에 찾아오는 93세에 찾아오든, 나는 만족한 채 무(無)로 돌아가 스르르 미끄러져 죽기로 선택했다. 그래서내 몸을 이루는 원자가 나무들을 가린 바로 그 안개가 되도록 말이다. 죽음과 묘지의 정적은 형벌이 아니라 잘 살아낸 삶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