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 마음 - 김응교 인문여행에세이, 2018 세종도서 교앙부분 타산지석S 시리즈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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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이가 있다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진짜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위안부, 신사참배 등 되풀이되는 역사 반성 문제나 정치인들의 극우발언과 자국이익에만 급급한 모습을 볼 때, 또는 한일전을 할 때는 반일적인 관점에서 일본을 염두에 두지만, 실제로 일본에 대해 알고자 하는지 의문이 든다. 감정만 있고, 이성과 논리가 없는 비판을 해오지 않았던가 하는 자성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나의 상태에 물음표를 던져주었고, 생각의 타래를 풀어주었다. 지진이 난무하는 섬나라 일본, 자연적인 태생에서부터 우리는 일본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은 사무라이의 나라다. 영주에게 지어올린 밥에서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나오면 목에 베어지는 공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폭정이다. 표지의 호쿠사이의 그림에도 나타나듯 민초들은 그저 거대한 파도 앞에 납작 엎드리는 체념의 삶을 사는 수밖에...

오늘날 일본인들도 잘 알지 못한다는 사무라이 문화의 잔재는 곧 일본 문화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예가 아니면 수치, 수치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다는 사무라이 문화. 이것은 역사적인 반성을 모르는 일본을 다시 읽어낼 수 있는 키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 속에 묻어있는 일본의 정서를 읽는 재미도 읽는 맛을 더한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의 표현과 밀도있는 구성도 좋았다. 정로환의 실체나 료마 이야기로 풀어주는 일본의 역사관도 쉽게 일본을 읽을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략 속에 더 많은 것을 말한다는 일본의 정서, 와비사비 문화, 전통적인 멋을 중시하는 것 등등 보다 배우고 싶은, 아름다운 정서도 접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우리 나라도 민중의 삶이 녹록치 않았지만, 일본 민초의 삶은 더욱 비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년 전쯤인가 <일본은 없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표절의 문제는 제쳐두고, 그렇게 많은 이들이 읽었지만, 정작 일본에 대한 인식에는 그저 반일감정을 고착화 시키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오래간만에 일본에 대해 읽기 쉽게 써진(물론 내용은 깊다) 이 책이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사고에 대중적인 터닝포인트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싣게 된다. 보다 성숙하게 일본을 보고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이웃 나라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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