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 쓰인 애니그마, 라는 용어부터 생경하다. 표지에 장식처럼 쓰인 작은 글자들은 그리스어였다. 부제는 성경의 언어로 푸는 삶의 의미들. 딱딱한 내용을 지루하게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이론서라면 애초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텐데 본당 신부님의 강론 모음이라기에 끌렸다. 자칫 신변잡기식 에세이로 흐를 수 있으므로 약간의 의심을 하며 읽었는데 내용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문장이 맑고 깊어서 금방 집중해서 읽었다.성경이 그렇듯 이 책도 한번 읽고 선명해지는 경험을 주기보다 곁에 두고 여러번 들추면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굳이 밑줄을 긋지 않았다.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이 많아도 붙잡으려 하지 않고 찬찬히 읽었다. 성경의 비의를 깨닫고 삶의 방향을 정비할 수 있도록 안내하되, 권위를 실어서 힘주어 강조하려는 의중이 없어서 좋았다.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종교 범주 안에 있지만 신자만 읽기 적합한 책은 아니지 않을까? 그리스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그리고 우리 존재에 대한 자긍심이 조금 회복되었다. 2편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