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 개정판, 원문 영어 번역문 수록 현암사 동양고전
노자 지음, 오강남 풀어 엮음 / 현암사 / 199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가사상의 원조인 노자의 저술로 알려진 도덕경, 그냥 '무위자연'으로만 배웠던 노자를 알기위해 도덕경을 일독하였다. 많은 도덕경 번역서가 있지만 읽기 쉽게 풀어쓰고 분량도 적당한 현암사판 도덕경을 선택하였다.   

  도덕경이 시종 강조하는 것은 무위와 비움이다. 없음으로 있음을 만들고, 하지 않음으로써 함을 만드는 역설의 철학이다. 이는 다시말해서 있음과 함의 주류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혼란했던 춘추전국시대의 문제점을 노자는 부국강병을 달성하기위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예법을 강조하는 인위적인 작위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보았다. 애초부터 주류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으로 탄생한 소수자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이것은 노자의 핵심적 역할이자 한계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진보정당이 현실에 대한 비판이나 현실문제에 대한 환기의 역할을 하지만 수권정당으로는 어려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의 느낌이 든다 

 5천자 정도의 간결한 격언집으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해석하기에 따라 의견이 분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령 36장의 '오므리려면 일단 펴야합니다. 약하게 하려면 일단 강하게 해야 합니다. 폐하게 하려면 일단 흥하게 해야 합니다. 빼앗으려면 일단 줘야합니다.' 라는 부분은  법가에서 정적을 치는데 필요한 정략적 음모로 읽힌다. 이구절은 원래 만사 흥망성쇠나 생주이멸을 뜻하는 것이라 역자는 말하는데 그 본질적인 면보다 세상사람들에게 권모술수의 처세술로 더 많이 알려진 것이다. 도덕경을 우리가 그동안 익숙한 자구해석이나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볼때는 인생의 처세술이나 뜬구름 잡는 명상록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 같다. 내용을 자구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하나의 <도>라는 이미지로 크게 받아들여 깨우쳐야 하는데 쉽지않은 일이다. 

 도덕경이 이야기하는 큰도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남들과 비교하며 욕심과 소유욕의 굴레에서 스트레스를 받던 나를 돌아보고 무언가 계속 서두르며 눈에 보이는 양적인 쌓임을 성취라 자족하던 조급한 발걸음을 한박자 늦춰야 겠다는 고민을 잠시나마 하게된건 도덕경을 읽은 후 큰 소득이었다. 

더불어 비교종교학자인 오강남 교수가 번역하여 그런지 성경구절과 비교하여 풀이한 구절이 여러곳에 나열되어 있는점이 특징이다. 산은 하나인데 어느 방향에서 오르느냐에 따라 내용과 과정이 달라진다는 종교 다원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할 여지를 만드는 부분이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