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백인 백색이고, 수업에는 왕도가 없다는 다소 자조섞인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그럴까? 라는 물음이 따라오곤 했다. 수업을 몇 가지 형식으로 가치치고 규정하는 선배나

관리자들을 볼 때면 혐오의 감정이 북받치곤 했다. 온 점 하나, 글자 하나, 판서 모양 등등

지금까지 보통의 우리 선생님들은 이러한 규정에 맞서지 못하고 자존감을 잃어버린 채

스스로의 내면으로 깊게 침투해 들어가 더 이상 나오기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혁신교육, 수업성찰, 수업나눔, 수업비평, 배움의 공동체, 거꾸로 수업, 하브루타 등등

수업을 둘러싼 브랜드와 개념은 날로 늘어만 가고 그것의 명확한 의미를 꼭 알아야만 하나? 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분명한 건 아직 교실, 학교, 학생,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굳건하다는 사실.

그 사실로부터 새롭게 출발하여 수업나눔 동아리를 꾸리고자 노력했지만 몇 번의 실패 경험으로

내게는 수업나눔의 기억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무기력한 선생님들이 준비 없이 오거나

아무런 대화가 오고 가지 않는 보고서와 예산처리를 위한 건조한 수업나눔이었을지도 모른다.

터닝포인트라는 수업나눔동아리의 사례를 통해 수업을 통해 존재의 기쁨을 찾아가는 많은 선생님들을 접하게 되었고 이 선생님들이 활동한 동영상 나눔, 수업나눔 경험 공유, 수업소감 공유 및 수업친구 만들기 등을 통해 실제 수업나눔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 교직원 업무 정상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어쩌면 통제적인 학교문화와 관리자의 이유없는 괴롭힘,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갈등과 방황을 연속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선생님들께는 이 수업나눔이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 이라는 설레는 세 글자를 다시 상기할 작은 계기가 있다면 바로 이 책에서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고통받는 선생님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하고, 선생님들의 시도와 도전을 실패로 폄하하지 않는 학교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의 윤리적 미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안해요, 싫어요, 못해요. 교실 속에서 정말 많이 들었던 학생들의 목소리. 질책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보고 실천적 대안을 고민하는 일. 수업 나눔 역시 그러한 일의 일환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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