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9 - 용들의 연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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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9권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출간 텀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지 못하고 7권부터는 원서로 먼저 읽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9권을 사서 펴든 건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한글로 된 버전을 읽어봐야 한다는 의무감에 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첫 장을 펼치고 나니 눈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만큼 9권은 빠르고 어지럽게 돌아갑니다. 로렌스는 나폴레옹을 쫓아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영국에서 독일로 향하고, 마침내 독일에서 전쟁을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렇지만 산만하지는 않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 궁금해 하며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장에 다다르게 됩니다.

1권에서 9권까지 오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초보 공군이던 로렌스는 대장의 지위까지 올랐고, 새끼 용 테메레르는 옛날의 자기만한 새끼도 얻었습니다.
물론 그 변화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반역죄로 교수형을 당할지언정 영국군 대령으로 남겠다던 로렌스는 동맹국이 용들을 독살한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나폴레옹의 편에 서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됐고, 전쟁이 끝나자 곧바로 퇴역을 선택합니다. 1권의 해군 대령 로렌스였다면, 혹은 수많은 사건을 겪으며 영국에 대한 실망을 거듭하지 않은 로렌스였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길일 것입니다.
어찌 보면 씁쓸한 변화지만, 다행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1권에서 자코뱅 파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용권 신장을 꿈꿔오던 테메레르는 마침내 의회에서 용들의 의석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로렌스의 솔직함 덕분에 둘도 없는 아군이 되어 끝까지 여정을 함께 해준 타르케도 재판에서 이겨 아버지의 재산을 되찾았습니다. 테메레르를 보고 비명을 질러대던 사람들은 테메레르에게 손수건을 흔들어줍니다. 전쟁은 끝이 났고,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9권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책은 아닙니다. 테메레르의 숙적으로 떠오른 리엔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며 따라온 사람들은 작은 실망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 깔끔한 완결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여행은 새 시대를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그렇지만 공군으로서의 의무는 끝났어도 둘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테메레르는 이제부터 용권 신장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테니까요. 지금까지 테메레르가 로렌스를 위해 공군에서 복무했다면, 이제 테메레르의 꿈을 펼치기 위해 로렌스가 조력자 역할을 해줄 차례입니다.
이제 테메레르 시리즈에 남은 건 외전 하나뿐입니다. 9권의 뒷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개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지만 궁금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블마인에서 외전도 출간해줄 날이 오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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