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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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레미를 찾아낼 수 없게끔 하는 것이다. 이걸 치워 버려야 한다. 그래, 이게 바로 해결책이다. 1999년,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은 발칵 뒤집어진다. 레미가, 고작 여섯 살 된 남자아이 하나가 실종이 된 것이다. 온 마을이 한 아이를 찾기 위해 발칵 뒤집혔을 때, 열두 살 된 한 소년은 두려움 속에서 떨고 있었다. 그는 살인자였다. 그가 범인이었다. 그가 레미를 죽인 것이다.


이 소년의 이름은 앙투안.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어린 아이를 살해한다. 말수가 적고 소심하며, 게임기를 갖고 싶어 하고, 숲 속에서 홀로 아지트인 오두막 짓기에 열심인 평범한 소년이었던 앙투안. 소년의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첫 번째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진실을 숨기는 것이었다. 소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는 진실을 숨기기로, 진실을 은폐하기로, 후자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앙투안은 아이의 시체를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게 집으로 돌아온다. 레미의 수색이 시작되자, 앙투안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레미를 만나지 않았다고, 그를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심리적인 압박과 죄책감으로 소년은 날이 갈수록 고통스러워한다. 앙투안은 평범한 소년인 것처럼 묘사가 되었지만, 그가 자신의 뒷일을 생각하며 레미의 시체를 치우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가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한 생명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앙투안. 하지만 소년의 속은 곪아가고 있었다.


진실을 거짓으로 덮고 자신의 죄가 만천하에 들어날까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앙투안. 레미를 찾기 위해 사람들은 자원해서 마을을 샅샅이 뒤진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레미가 ‘실종’된지 사흘 만에 프랑스 전역에 태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다.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렇게 레미의 실종 사건은 조용히 잊혀지는 듯 했다. 앙투안은 마을을 떠났고, 평생 마을에 돌아갈 일이 없기를, 그리고 레미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12년 뒤, 거짓말처럼 마을 재개발이 결정되고, 앙투안이 바라지 않았던 일이 일어난다. 그들이 레미의 시체를 찾아낸 것이다. 


보통의 스릴러 소설들과는 다르게 <사흘 그리고 한 인생>에서는 앙투안이 레미를 죽이는 장면, 그리고 아이 시체를 치워 버리는 장면을 처음부터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어느 쪽이 악이고, 어느 쪽이 선인지를 곧바로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해 나간다. 그가 느꼈던 죄책감, 진실이 알려질까 하는 두려움까지도.


여태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정이 붙지 않는 주인공 앙투안.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 그가 느꼈던 죄책감과 두려움은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형벌 때문이지, 그 소년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앙투안이 레미에게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진정으로 뉘우쳤다면, 그는 거짓말을 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했을 테니까. 하지만 앙투안은 마을을 떠났고, 어쩔 수 없이 12년 만에 돌아온 거였다.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뉘우치지 않았던 앙투안. 그렇지만 다행히도 그의 주변에는 그에게 선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앙투안이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왔고, 비록 올바른 길을 택하지 않았더라도 앙투안은 끝내 그들의 선한 행위를 깨닫게 되었다.


비록 앙투안이 형사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어도 그가 그의 인생에서 끊임없이 걱정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왔다는 것을 볼 때, 어쩌면 그게 그의 형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흘 동안 있었던 일들이 결국 앙투안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게 된 사건이었으니까 말이다. 처음 접해보는 색다른 느낌의 스릴러 <사흘 그리고 한 인생>. 진실, 그리고 거짓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젊은이의 삶을 통해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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