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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하소연을 먼저 들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넉살 좋게도 첫 번째 장부터 경제학자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의 이유인 즉, 기껏 연구하고 조사해서 적용을 시켰는데 이미 상황은 변해있더라는 것이다. 경제학의 어려움을 외과의사의 비유를 들어 설명 하고 있는데 엑스레이에 찍힌 신장의 위치를 보고 절개를 하니 신장의 위치가 바뀌어 버린 것(23p)과 같다고 한다. 너무나도 절묘한 비유여서 더 이상 경제학의 고충을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저자의 간곡한 하소연을 들으니 측은한 마음과 함께 그들의 예측이 빗나가는 것은 정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때를 틈타 앞으로 소개될 여러 학자들까지 덤으로 용서(?)하기 바라고 있다. 독자는 관대하다. 모두 용서해 주자.
혹시 애덤 스미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교과서 백날 찾아봐야 나오지 않는다. 거대한 코, 개구리 눈, 돌출한 아랫입술을(외계인 인가?) 가지고 있다고(34p)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약간 얼빠진 애덤 스미스나 주식을 해서 큰 돈을 번 리카도, 무책임한 마르크스, 예술에 더욱 신경을 썼던 케인즈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가정환경이나 사생활등의 이야기 들이 저자의 재치 있는 언변과 함께 이 책의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런 '교과서 밖'의 이야기들이 이 책의 매력 중에 하나다.
저자는 학자들의 앞에 서서 그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때로는 뒤로 돌아 서서 그들에게 반박 하기도 한다. 저자의 해설도 명쾌하고 재치가 번뜩이는데 이는 그들의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난해한 했던 리카도의 무역론을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의 비유로(104p), 마셜의 수요의 법칙을 돌쇠의 요거트로 재미있게 설명하기도 했다. 당연히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멜서스의 인구론,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굵직한 저서들의 설명 또한(물론 일부분이지만) 빼놓지 않았다. 자칫 어려워 질 수도 있는 내용들을 그의 언어로 풀어서 쉽게 설명했다.
게다가 목차를 꿰차고 있지는 않은 다른 학자들도 다수 소개가 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 중에 하나이다. 배경적인 지식이 부족하면 온전하게 학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로 들자면 스튜어트 밀을 이해하기 위해서 공리주의의 아버지인 제레미 벤덤을(135p), 마르크스의 스승 격인 헤겔(166p)까지 언급하고 있다.
또한 많은 면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두 부류의 대립을 다룬 것이 재미있었다. 멜서스와 리카도, 케인즈 학파와 통화주의자들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논쟁들을 통하여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온 독자들에게 주의를 준다. 저자의 일방적인 소개와 주석이었다면 이보다 더 재미있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으리라. 여기에 어떤 문제에 있어서 다른 시각에서도 봐야 한다는 교훈도 일깨워 준다.
그럼 이 책은 온통 장점뿐일까? 물론 단점도 있다. 아니 단점이라기 보다는 살짝 아쉬운 점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첫째, 마르크스에 대한 평가는 공정하지 못한 것 같다. 어릴 적 누이동생들을 괴롭혔던 일(160p), 인신공격에 천부적인 소질(161p), 대학 시절의 방탕함(162p), 비참한 그의 집(176p), 늘 남 탓만 했던 삶(176p), 낭비벽(177p), 하녀를 임신시킨 일(177p)등 다른 이들의 이야기보다 유독 심하게 표현이 되었다. 이런 마르크스가 안쓰러웠는지 옮긴이가 하인을 임신시킨 일은 아내가 병상에 있었을 때였고, 평소 마르크스는 끔찍하게 아내를 사랑했다고 주석을 달아 놓았다.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나처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미 '사람이 뭐 그래?'라는 선입견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저자의 자본주의적인 성향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둘째, 본문에 소개된 경제학자들이 모든 경제학자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 해 두어야 한다. 돈의 흐름만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부자와 빈자, 강한 자와 약한 자들이 살고 있는 양육강식의 세계로(애써 부정해본다.)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것을 빼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죽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 부분은 확대 해석일 수도 있으나 노파심에서 적어본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훌륭한 책이라는 점은 많은 사람들도 동의 하리라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교과서 밖의 이야기와 저자의 유쾌한 해석과 비유는 딱딱해 질 수 있는 이야기를 먹기 좋게 적당히 두드려놨기 때문에 어렵고 고리타분한 경제학 책이라는 선입견은 적어도 이 책에서는 버려도 좋을 것 같다. 그 흔한 그래프 조차 없으니 말이다.
그들은 모두 틀렸다. 아니 너무 가혹한 표현이니 일부분은 맞았다고 하자. 다 읽은 독자라면 왜 저자가 용서를 구하고 시작 했는지 이해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경제학이란 참으로 어려운 학문인 것 같다. 과거의 단순했던 경제체제와는 달리 너무나 복잡해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복잡해진 만큼이나 변수들이 많아졌는데 그런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거나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하니 말이다.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완벽한 예측 프로그램이 있다면 공기의 흐름까지 변수로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