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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꽃 아래서 1
이금조 지음 / 가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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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라고는 진심 뿐인 남자 이리하와 운명이라 여기고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온 여자 파사
그들의 사랑이 가슴을 참 묵직하게 하는 책이었던 거 같아요.
무관답게 검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항상 무언가에 갈증이 있어 한곳에 매이길 싫어하여 관직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바람 같은 사내 이리하.
사람들의 멸시와 지저분한 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무섭도록 집착하는 가운데 궁에서 홀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차가운 여인 파사.
둘의 첫 만남은 결코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어떤 끌림이 있었습니다.
남들과 손만 닿아도 아파야 하는 예민한 파사와 달리 참 선이 굵고 듬직한 이리하.
이리하는 어찌보면 무식해 보이는 캐릭터지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좋아하는 일에 무섭게 집중하는 근성과 한번 마음에 들인 사람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 의리, 배포와 강인함이 역사물 속의 캐릭터로서 참 매력이 있었던 거 같아요.
파사는 이미 황제의 비인인지라 어떻게 이리하의 여자가 될까 궁금했었는데 그 나름의 이유가 또 있었구요.
여튼 파사를 가지려고 마음없이 물질로 구애하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그녀의 화원에서 가장 향기가 진한 꽃을 따다주고,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서책의 다음권을 어렵게 구해주고 하는 등 마음이 듬뿍 담긴 선물을 하는 이리하의 구애가 찡하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이리하를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려 하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는 불행이라 여기는 파사를 볼때는 가슴이 아팠구요.
또한 악조는 악조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이황자의 책사이자 이리하의 동료인 치백이라는 인물이 나올때는 늘 유머가 있어서 재밌었네요.
이금조님 책을 본지 오래 되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유머코드가 이랬던가 싶은데(저랑 잘 맞았어요. ^^) 중간중간 큭큭거리며 재미나게 읽었어요.
책 두권 읽는동안 시간이 어찌 가는지도 모르게 읽었는데 마음을 다 표현하기에는 글이 너무 딸리네요. ㅎㅎ
여튼 이런 책이 있으니 제가 역사물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반전과 스릴과 책략과 술수가 난무한....... ㅎㅎㅎ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지고지순한 두 남녀의 얘기가 연보랏빛 등꽃을 연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등나무가 다른 생명체를 타고 올라가면서 그 생명체를 죽이는 나무로 표현이 되는데..
제가 보기엔 등나무는 꼭 연리지 같은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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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퀸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10
어도담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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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몇개 안되는 리뷰 작성하면서 스토리를 전혀 쓰고 싶지도 않고, 쓰기도 힘든 책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___^

스토리가 요약하기에는 장대하기도 하거니와 깨알 같은 그 흐름을 꼭, 직접 읽으면서 느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readymade : 미리 준비된, 이미 만들어져 나오는, 이미 주어진

보통 이런 뜻으로 쓰이는 단어죠. 이 책의 여주와 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단어가 아닐까 싶어요.

   여주인 비올레타가, 시녀 에비가일에서 황녀 비올레타의 삶을 대신 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황녀의 모습에 푹 빠지게 됩니다. 더불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몰아치는 거센 환경 속에서 목적을 위해 나아가면서도 자아와 타인을 향한 통찰력 있는 현실적인 감각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더 깊이 와닿았던 것 같네요. 그래서 로맨스소설에서 흔히 나타나는 심리적 오류(내지는 구멍?)는 가려지고 상황 속에서 각각의 개인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변할 수 밖에 없는가 하는 당위성을 더 절실히 느끼고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니 각각의 캐릭터들이 선인과 악인으로만 양분할 수 없고, 껍데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역사와 깊이를 가지고 있어서 스토리를 더 풍성히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답니다.

   가끔 시시콜콜할 정도로 심리적인 묘사들을 많이 해주는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아마도 스토리가 복잡하다보니 그런 묘사들이 없다면 스토리의 개연성도 좀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덕분에 지문을 몇번을 되풀이 해서 읽고, 잘라읽고, 되새겨보면서 쉬운 책은 아니었을지라도 그만큼 제게는 읽고 난 후의 충족감이 남다른 책이기도 합니다. 비로소 블랙라벨다운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할런지.... ㅎㅎ

 

   작가후기를 보니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유럽 근대 초기 특유의, 투박한 기계 공장들과 귀족들이 공존하던 고풍스럽고 불완전하게 변화하던 시대를 막연히 좋아했다고 쓰셨던데... 이 책을 읽으니 중간중간 그런 장면들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지더라구요. 고풍스러운 의상과 축축한 흙바닥,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황제의 무구와 비올레타의 조그만 리볼버, 순진무구하게 황제를 칭송하는 백성들과 반면에 여론의 중심이 되는 노동신문과 정치세력.... 이런 것들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을 잘 그려주고 특히나 여성들은 당당한 혈연관계의 주인공으로서, 물밑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정치와 로비에 참여하고 그 가운데서도 주인공인 비올레타는 전형적으로 생활력이 강하고 책임감 강하고 강단있는 여성으로 나온답니다.

   다만 남주인 라키엘과의 애정선은 오해의 소지가 좀 있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사실은 비올레타가 에비가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주제 파악을 잘했던 현명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당대 뿐 아니라 선대부터 시작된 사건들을 통해 혈연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어떻게 혈연으로 파괴되고, 가짜인 황녀가 진짜 황실의 피를 이어가게 되면서 책 전체를 꿰뚫는 그 아이러니함에 대해서도 감탄했답니다. 특히나 그 '피'라는 면에서 창녀의 아들로 황제가 되었으나, 황제의 아들로 죽은 루드비히 황제는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억에 남는 캐릭터였어요.

 

   여튼 다 읽고 나서 이렇게 가슴 벅찬 책은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세권이 로맨스 일색이었다면 끝까지 다 못읽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로맨스가 좀 약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한편의 대서사를 보는 기분으로, 죽음과 공포와 모략 일색인 왕궁에서 한 여인이 여제로 당당히 서기까지의 과정과 그 여인을 목숨 바쳐 사랑하고 도왔던 '남자'와 '남자들', 그들의 일생을 큰 그림으로 본다면 가슴이 먹먹함과 함께 충족감과 아련함을 함께 느끼실 수 있을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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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루 제로노블 Zero Novel 5
지율 지음 / 동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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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아무 것도 모르고, 아버지가 숨겨놓은 인어고기를 먹고 죽지 않는 몸이 된 "여루".

   40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20대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아버지는 여루의 미모와 부를 앞세워 혼사를 시키는데 혼사를 치룰 때마다 첫날 밤 남편들이 비명횡사 합니다. 시간이 흘러 백살이 넘은 여루는 마물 묘랑과 함께 숲속에서 지내다가 마물사냥꾼들의 눈에 띄어 마을 사람들에 의해 북의 주인 용에게 제물로 받쳐집니다.

   알에서 쌍둥이로 태어났으나 그 힘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이유로 천년동안 봉해져 있다가 깨어난지 백년 정도 된 흑룡 "치현"은 제물로 바쳐진 여루에게 인세로 돌아가라고 하지만 인세로 돌아가도 별 희망이 없는 여루는 차라리 치현 옆에 남아서 하인들 대신 집안일을 돌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요리는 구토가 나올 정도로 하고, 청소는 오히려 어지럽혀 놓고, 굼뜨고, 실수투성이인 여루를 보면서 그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에 치현은 점점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써놓고 보니 이상한.... ㅡ,.ㅡ;)

   그러나 처음 여루에게 끌렸던 이유는 여루에게서 나는 향기 때문이랍니다. 그 향으로 인해 치현은 엄청난 식욕을 느끼고 정신을 못차리게 되죠. 그 향기에 중독되다시피 한 치현은 여차저차해서 여루를 결국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묘랑을 아끼는 여루의 마음을 이용해 결국 여루와 용의 맹약(반려끼리 하는)을 하게 된답니다.

   그러나.... 마치 백치 아다다 같은 순수함(ㅡ,.ㅡ;)을 지닌 여루는 자신을 향한 치현의 마음도 모른채 주종관계를 따지며 삽질을 하고, 치현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나 몸이 마구마구 달아오릅니다. 사실 처음에는 치현도 처음 겪는 사랑인지라 식욕으로 알죠. 책 읽는 내내 간간히 웃음이 끊이질 않더라구요. 둘의 순수한 삽질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기담사미인 비슷한 분위기가 흐르지만 치현은 기담사미인의 남주보다 더 많이 기다리고 더 불쌍한 것 같아요. ㅋㅋㅋ

   제가 기담사미인류의 이야기를 넘 좋아하다보니 여루도 부드럽게 술술 잘 읽혔던 것 같아요. 거기다가 이 책 특유의 밝음과 유머가 있어서 그다지 무겁지 않아서 좋았구요. 용 나오는(^^) 얘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소장까진 아니어도 읽어보시길 권해요. 가끔 뜬금없이 튀어나와 이해 안가는 문장들이 있긴 하지만 작가님께서 앞으로 글 쓰시면서 나아지리라 믿고.... 오탈자가 좀 많은 편이라 눈엣가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별 4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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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닿다
박지영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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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포 때문에 리뷰를 쓰기가 참 난감하네요. ^^;

저도 책 읽다가 뒷부분 먼저 들춰보고 결정적인 부분을 미리 보고 난 후에 읽기 시작했는데

정확히는 몰라도 좀 예상이 되더라구요.

 

그냥 책을 읽은 제 느낌만 쓰자면.....

박지영님 소설은 연애의 감정 이외에도

아시다시피 가족이라던가 인생이라던가 하는 다른 색의 느낌과 관점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또 알콩달콩 연애물에 비해 무겁지만은 않아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지요?

끝까지 다 읽고 작가후기까지 읽고 작가의 의도를 보고 나니

이 책이 왜 대상을 받았는지 더 이해가 가더라구요.

 

내일을 기대하기 힘들게 아슬아슬하게 살던 주인공 송하은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그 삶으로 인해 자신의 아픔을 다시 대면하고 극복해야 하는 차윤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솔직하게 살아내고자 하는

그들의 삶에 대한 예의와 열망이 연애감정보다 앞서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항상 책을 덮고 나면 묵직하게 남겨지는 메세지 때문에 박지영님 책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알콩달콩 하는 연애물은 아니지만 전 나름 좋았어요.

설정도 흔한 설정은 아니고,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품게 되는 감정도 꽤나 극적이긴 하지만

그 모든 게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 로맨스니까요.

제게 강하게 남겨진 건 "삶의 소중함"이었지만

그걸 위해 두 주인공은 더 열심히 살며 사랑하며 살아가리라 기대하게 되는....

흐뭇한 해피엔딩이었어요.

두 주인공은 심각(?)하지만 주변인물들은 밝고 싹싹하고 귀엽고요.

책도 살짝 두께가 있지만 궁금해서 자꾸 들춰보게 되는 긴장감도 있구요. 그래서 부지런히 읽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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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순영
정원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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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순영" 읽다가 갑갑해 미치면 어떡하나 싶어서 사놓고도 한참 놔뒀다가 읽게 되었는데

순영이...... 너무 좋아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그게 심하다 못해 남들에게 모자란 이로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강우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 책이예요.

순영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사람 눈에는 약간 모자란 듯 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강우는 순영이라는 사람을 잘 알아봐주고 기다려줄 줄 알아서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강우도 처음에는 순영을 그저 그런 사람처럼 차갑게, 가볍게 대하기도 하지만 작가 특유의 눈으로 순영의 내면을 알게 되면서 순영을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대하게 되고 결국은 사랑에 빠지는 변화도 좋았어요.

순영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허윤신이라는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순영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 같아 눈물도 나더라구요.


순영이라는 캐릭터도 넘 마음에 들고, 차갑고 냉철한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이에게만은 뜨거운 강우의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또 그냥저냥 세상 편하게 살아가는 진욱의 캐릭터도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고,

남은 친구에게 짐만 지워주고간 이기적인 혜영같은 친구도 로설에서는 필요하죠.

전 약간 모자란 듯, 천천히 사는 여주들을 애정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또한번 느꼈네요. ㅋㅋ

답답한 책이 아니라 꼼꼼히 볼 수 있는 책이라 좋았고,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오랜만에 리뷰로 남겨놓고 싶은 책을 만나 읽는 내내 저를 돌아보면서 제가 순영을 소심하다고 생각한 주위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느끼고, 순영이처럼 깊어지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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