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박연미 지음, 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북한 사람들은 다 그런 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김씨일가의 혹독한 통치와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가족도 몇 명씩 죽는 걸 알고 있었다. 저번년도 사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이제 만나러 갑니다' 라는 채널 A의 탈북자들이 직접 출연한 프로그램을 몇번 본 경험이 있어서 탈북자들의 탈북 이전의 생활과 문화를 잘 알고 있었지만, TV 속 그들의 표정이 너무 밝아 보이고 행복해 보였기에 알고 있었음에도 북한 사람이었으니까, 하고 넘긴 것 같다. 그러니까 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일을 한 번 쯤 겪어야 하는 의무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북한 사람들에게도 인권이 있는 건데, 왜 나는 여지껏 그들의 일상 생활 조차 끔찍하다고 여겼음에도 그들이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도 간접적으로 그들의 인권을 짓밟고 있었다.

  먼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저자가 남한에 도착해서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김일성이 6.25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위대한, 뭐든지 할수있는 만능 지도자로 받아들여졌던 김일성이! 북한에서는 북한이 제국주의 침략의 희생양이라고 주입시켰고, 그 세계관을 떨치는 데 오랜시간이 걸렸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때의 상처 때문에 모든 권위있는 자들을 전부 의심했다는 것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김일성 부자에 관한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워낙 강하게 세뇌시킨 것도 있지만, 그것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모두 믿어버리는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기초 교육도 잘 받지 못했는지를, 자기가 좋아하는 색도 말하지 못하는 북한 교육이 너무 괘씸했다! 그리고 중국인 브로커들이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를 대하는 방식은 또 얼마나 더러웠는가! 겨울 열 세살 난 아이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품었고 성폭행했다. 저자는 '성'이라는 개념을 교육기관이나 엄마에게서 교육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엄마가 폭행을 당하는 방식을 배웠다. 나로써는 상상할 수도 없다. 마침내 그녀가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서 가명을 쓰지않고, 얼굴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용기있게 말했을 때, 감동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북한체제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 있을 텐데도, 용기있게 말해 준 것이 정말 감사하다.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이 책을 읽고 북한 사람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을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편견을 깼다. 그들은 이상한 법으로 사는 외계인들이 아니라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의 민족이라는 것도 느꼈다. 이렇게 만나면 말도 통하는데, 나중에 너무 오래 분단되어 있었던 탓에 아주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쩌지? 등 지도자충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통일 이후의 문제점을 고려해 보기도 했다. 게다가 심지어는 북한에 관심이 조금이나마 생겼다! 전에는 아예 '나의 안중엔 없어도 되는 일' 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아마 저자는 북한에 관심을 조금만 기울여 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달았으면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 메시지가 들렸다.

 이 책을 아예 외국인들이 읽었으면 한다. 한국인들은 북한의 실상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서 얼마나 잔혹한 세상인지를 잘 알긴 한다. 하지만 '북한', 아니 심지어 '한국' 이란 나라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아마 그런 세상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들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되어 북한의 문제점에 세계인들이 발벗고 나서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인인 나도 북한과 북한을 경험한 개인의 감정을 더 잘 알게 되었으니 이 책을 그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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