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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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 날 진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최에게 했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수법으로. - p. 222


이번 여름에 읽은 책 중에 '그것들'이라는 단편집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마음에 든 이야기 중 하나가 전건우 작가의 작품이었는데요. 이 작가가 이번에 공포소설을 낸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럼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가볍게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고시원에 사는 여러 인물들을 옴니버스로 엮어 각 인물에 대해 소개를 한 다음에 그들을 한데 묶어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도 대학 다닐 때 실습 하느라 타지역으로 가있는 동안 고시원에 한달 묵어본 경험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제목이 꽤 와닿더라구요. 



○ 인생을 다 산 것 같은 란의 재수 없는 말을 듣는 순간, 정은 결심을 굳혔다. 이 아이를 살리자.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살리자! 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 pp. 294-295


이 곳에 있는 인물들은 고시원의 취지에 걸맞게 공부를 위해 들어온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생계가 어려워 적은 월세로 집값을 충당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생활에 찌들어 있고, 경계도 강하고 힘든 생활에 지쳐 자기만 챙기기도 벅찬 인물들이죠. 그러나 부자라고 모두 다 마음이 넓고 선한 인물만 있는 것이 아니듯 이 사람들 중에도 선한 인물도 있으며 악한 인물도 있었습니다. 초대 사장이 공부의 문이라는 뜻에서 지은 '공문고시원'에서 ㅇ이 떨어져 '고문고시원'이 된 이 곳의 다소 험악한(?) 이력을 보여주고 각 세입자의 사정을 보여준 작가는 결국엔 이 곳에 있는 것도 그저 사람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 이상한 일이라면 나도 만만치 않게 겪었어, 언니. 그래서 난 소설을 읽는 거야. 소설은 온통 거짓말이잖아. 무자비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말이 안 되는 거짓말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난 안도감을 느껴. -p. 304 


현실의 이야기가 지독하다고 생각해서인지 고문고시원에 사는 어려운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곳에는 초능력도 존재하고 무당도 존재하며 말하는 고양이도 등장하기에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책과 좀 유리된 기분을 느껴 책 속의 어려움에 빨려들어가지 않고 책 밖에서 소설로만 읽을 수 있어 기빨리지 않고 좋더라구요. 그럼에도 소재로 사람같지 않은 존재와 살인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역시 가볍게 읽기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여름에 읽기로는 딱이더라구요. 



○ 언제 죽어도 괜찮으니, 우리 다음번에 죽읍시다. 오늘이 아니고, 네? - p. 394


책과 함께 재미있는 엿도 함께 와서 유쾌한 기분으로 펼칠 수 있었던 전건우 작가의 한국 공포소설 고시원기담. 제목에 걸맞은 기묘한 이야기로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본격적으로 귀신이 나와 등골이 쭈뼛거리는 공포소설은 아니지만 고시원에 모여 사는 이들이 하나가 되어 뭉쳐 생사를 돕는 묘사가 흥미진진하고 오싹하기도 합니다. 저처럼 귀신이 나와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읽지 못하지만 가벼운 공포소설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여름에 볼 호러소설로 괜찮은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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