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수업 - 교실, 인권을 만나다!
이은진 지음 / 지식프레임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인권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십여년 전 충동적으로 신청해서 들었던 인권 연수를 시작으로, 그동안 서너차례의 인권 연수도 신청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인권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습니다.

 

나자신이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또 무지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며 살았습니다. 부끄러운 옛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요. 발령을 받고 두 번째 해에 첫 담임을 했습니다. 그때 저는 말을 안 듣는(?) 학생들을 예절실에, 그것도 교실 한 귀퉁이에 한명씩 앉혀두고 반성하라고 했고(그것도 무릎을 꿇린 채였던 것 같습니다ㅠㅠ), 체벌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무슨 일로 그렇게 혼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인데,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때만해도 체벌이 전면금지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말 잘 듣는 제가 그렇게 안 했을 텐데요... 또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학생들이 잘못했다는 이유로 한 무리의 학생들에게 벌을 주었는데, 한 학생이 선생님, 저희 모두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 왜 다같이 혼나야 하죠?”라고 말했던 장면입니다. 그 학생에게는 인권의 개념이 있었던 것이고 저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심지어 (교사 기준에서)잘못을 저지른 학생또한 그렇게 혼난 것이 인권침해 요소가 있었던 것을 발제문을 쓰는 지금에야 알게 됩니다). 변명을 하자면, 제가 배워온 방식 그대로 학생들에게 적용했던 것 같습니다. 학급의 한 아이가 지갑을 잃어버려 범인을 찾을때까지 몇 시간이나 의자를 들고 벌을 섰던 일, 성적이 떨어져 약속대로(?) 허벅지를 몽둥이로 맞았던 일,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억울하게 반성문을 썼던 일 등등, 잘못된 줄도 모르고 당했던 억울한 일들을 제가 학생들에게 그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인권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던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었습니다. 만약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였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시민이 많아야겠다, 그러려면 학교에서 인권에 대해 가르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 인권이라는 것의 개념만 알고, 인권에 대해 잘 배우고 또 인권친화적인 교실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기까지 이렇게나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걸음마 단계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 이렇게 자판을 두드립니다.

 

몇 번의 연수와 몇 권의 책으로 만난 인권은 그렇게 쉬운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인권이라 하면, 쉽게 생각하면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그 종류부터 시작해서 우리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학생인권교권까지, 매우 다양한 것들을 내포하고 있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인권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친숙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권에 대해 알게 되며 느꼈던 큰 기쁨 중 하나는 그래, 내가 성격이 못돼서 그 상황이 불편하고 싫었던 게 아니었어! 난 그때 인권을 침해받았던 거야!”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표현할 언어가 생긴 것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순서는? 당연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그 인권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방법도 모르겠고, 또 다양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인권 중시하다가 교실이 무너지면 어쩌지? 사람들은 나를 무능력한 교사로 볼 것이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온갖 문제를 일으킬 거야. 참교사인 척 하다가 꼴 좋다고 생각할 거 같아. 인권을 가르쳤다가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대하게 되면 더 심하게 반발하지 않을까?’ 등등... 인권에 대해 알기도 전에 다양한 두려움이 머리를 들었습니다. 물론 그 두려움은 지금도 당연히 있습니다. 다행히 이 책은 저자가 왕년에 왕칼(왕 카리스마)’교사로 불렸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인권에 관심을 가졌는지, 그리고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어떻게 당당하게 저 인권교육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는지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사실은 잘 알지 못해서) 인권이 무엇인지, 인권교육이 무엇인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그래도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을 나누며 어정쩡한 발제문을 갈음할까 합니다. (참고로 발제문이 허접해서 그렇지, 책은 참 좋으니 혹시 인권교육에 관심 있으신 선생님께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_ ‘민주적이라는 말 그대로, 학생들이 교실의 주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힘과 권력을 온전히 향유하는 것이 민주적 학급운영, 민주적 교실살이의 핵심입니다.

 

_ “인권에 대해 배우는 것 자체가 권리이다.

무지를 강요하는 것, 내버려두는 것은 인권 침해이다.

교육은 인권과 자유의 주춧돌이다.” - 유엔, <인권, 새로운 약속> 중에서

 

_ 인권교육은 인권이라는 특별한 이슈를 다루는 협소한 교육이라기보다는 교육의 가장 핵심에 놓이는 중심추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_ 인권은 인권 친화적인 방법으로만 배우고 가르칠 수 있습니다.

_ 여러분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1년간, 우리 교실은 인권친화교실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내가 여러분과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것은 인권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있으며, 누구나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러분들을 힘으로 통제하거나 억누르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가끔, 교사로서 해야 할 일 때문에 지시를 하거나 이끌어야 할 때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의 인권과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 간혹, 내가 실수로 여러분들의 인권을 침해하게 되었다면 언제든지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나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노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_ 신발끈을 처음부터 잘 묶는 사람은 없습니다. (...) 권리와 책임의 관계 역시 그러합니다. 자신의 권리가 어느 지점에서 제한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감각은 (...) 자신이 실제로 권리를 사용해 보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권리와 충돌하는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_ 말은 교실의 공기를 좌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교실의 언어가 더욱 인권 친화적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비하나 차별의 언어가 오고 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_ 사소해 보이는 출석번호의 순서나 임명장을 받는 차례는 암암리에 남자가 여자보다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_ 하지만 학교에서 교사의 가르칠 권리를 제한하고 왜곡하는 것은 학생이나 학부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학교장 등 관리자, 교육청이나 교육부 등 상급기관이 교사의 수업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오히려 교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각종 법령이나 학교장, 교육청 등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 교육 활동보다 행정을 앞세우고, 경쟁적인 교육 풍토가 넘쳐나고, 교사의 업무가 과도해진 시스템이야말로 교권침해의 근본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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